예산동결과 재정의 효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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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4년도 예산안이 흑자예산으로 확정되어 정부의 긴축재정 방향을 재확인했다.
새해예산안은 세출부문이 올해수준과 같은 10조4천1백67억원, 세입은 10조9천6백67억원으로 편성되어 5천5백억원의 흑자를 내도록 짜여졌다.
정부는 예산상의 흑자를 양곡기금등의 적자를 상환하는데 쓸 방침으로 있다.
이러한 예산안의 특징은 두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하나는 정부의 강력한 안정정책의 의지들을 거듭 밝히고 있다는것이고 또 하나는 정부가 앞장서서 외채의존도를 낮춤으로써 건실한 국민경제 체질을 키우겠다고 나선것이다.
이는 종래의 타성적인 팽창예산의 속성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건전재정의 기틀을 잡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관점에서도 정부의 예산동결은 반드시 성공할수 있도록 국가적 국민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것이다.
사실 우리의 예산은 물가상승율과 예산팽창 속도가 상승작용을 해온것이 관행처럼 되어왔고, 그래서 재정부문에서부터 인플레이션과 싸우려는 의지가 박약하지 않았나 하는감을 주어 왔다.
재정자체가 인플레이션의 요인에 가담하여 안정기조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을 연출해왔다.
그러나 제5공화국 출범이후 경제안정정책이 최우선 정책으로 나오게되면서 재정도 그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시작했다.
올해 예산이 작년보다 약8% 증가라는 긴축형으로 편성되었고 내년에는 동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예산편성에 이르렀다.
이처럼 재정운용이 타이트하게 되면서도 큰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것은 물가안정으로 세출부문에서 물가상승분을 커버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데 있다.
물가안정은 재정운용에도 여유를 주고 있는 셈이다.
그 위에 세입부문에서는 안정속의 경기상승으로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조세의 자연증수가 기대되고 있다.
내년의 국세 세수는 금년보다 5.3%가 늘어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운용 계획이 전제로 하고 있는 성장율7.5%, 도매물가 상승률 0%가 실현된다면 세수목표액은 무리없이 달성될수가 있을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예산안동결이 가져오는 애로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무원의 급여가 동결되어 처우개선이 지연되고 각부처의 긴급한 지출 욕구가 유예되는등 일부 정책수행에 차질이 발생할수도 있다.
반면에 물가안정으로 실질임금이 그만큼 보장되고 각부처의 지출효과도 상대적으로 커진다면 문제는 반감될수도 있다.
예산동결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흔히 공공부문에 끼어들기 쉬운 비효율성 낭비 요소를 제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 편승하여 외형적인 세수증가에 현혹되고 예산집행도 절도를 잃는 과거의 패턴은 거듭하지 말아야한다.
그로인해 누적된 약 15조원의 총재정 적자는 그 자체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고 국민부담을 무겁게 할뿐아니라 재정운용의 탄력성을 앗아간다.
내년부터 흑자예산을 편성하여 재정 적자를 상환해가면서 경기와 동행하는 세수의 증가를 실현해 간다면 85년 이후는 예산의 증액도 자연스럽게 해나갈수 있게 된다.
예산동결이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것은 공기업의 건실한 운용도 반드시 뒤따라야한다는 명제를 부여하고 있다.
재정의 일방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공기업의 경영에도 전환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예산동결은 국민경제 각부문에 효율성을 일깨워주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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