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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10·26 참패' 후유증] 김근태 장관이 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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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정치적 발언이 잦았던 운동권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계파의 좌장격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나는 '김근태 대리인'이 아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이번에 재야파가 문희상 체제의 와해를 주도한 것 역시 원칙을 강조하는 운동권 특유의 고집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일부 재야파 의원은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얼치기 운동권"이라고 비판하며 "이러다간 민주화 운동 본류(재야파)까지 다 죽게 생겼다"고 주장한다. 한 재야파 초선 의원은 "김근태 선배는 현재 우리와 가장 정체성이 비슷한 사람이지만 앞으로 중심 못 잡고 더듬거릴 경우 인정하지 못 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들은 비대위→전당대회로 이어지는 여당의 정치일정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재야파 핵심 인사는 "지금까지 우리는 정권 내 비주류였다"며 "이제는 비판세력이 아닌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핵심 그룹과의 차별화→새로운 정체성과 노선 제시→당권.대권 도전의 수순을 밟겠다는 얘기다.

반면 "재야 운동권 출신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상대적으로 1970년대 운동권 출신에 강성이 많은 반면 제도권 정치에 먼저 뛰어든 80년대 운동권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운동권 출신 한 의원은 "재야 출신들이 경직돼 있고, 편협하고, 끼리끼리 정서에 물들어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운동권 출신 의원도 "여권의 현 위기에 대해 '노빠'를 걷어내자며 책임을 한쪽에만 돌리는 것은 천박한 짓"이라며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 아래 내부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계파 내에서 어느 쪽이 힘을 얻느냐에 따라 이들의 행보는 달라질 수 있다.

◆ 여당 재야파 누가 있나=당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을 흔히 재야파라 부른다. 기존의 '국민정치연구회'가 확대 개편된 조직이다. 여당 의원 46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근태 장관도 민평련 지도위원 중 한 명이다. 장영달.이호웅.문학진.김태홍.노영민.우원식.유선호.유승희.이인영.최규성 의원 등 10여 명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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