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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공주님, 파라 공주님 어디 계셔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부갑상선은 정상적으로 4개가 있다. 양쪽 갑상선 뒷면에 쌀알 크기로 위쪽에 2개. 아래 쪽에 2개 붙어 있다. 말이 부갑상선이지 갑상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는 일이 완전 다르다.

갑상선 홀몬은 우리몸의 신진대사에 관여 하고 부갑상선은 혈액 속의 칼슘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하는 일이 전혀 다른 두 장기를 너무 밀접하게 붙여 놓아서 죄없는 부갑상선이 갑상선 수술시에 같이 희생되거나 살아 남더라도 기능이 떨어져 비실비실 문제를 일으킨다. 소위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혈액속의 칼슘이 떨어져 환자가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부갑상선을 갑상선에 기생하도록 한 하느님의 뜻이야 있겠지만 필자는 불만이 많다.

돼지처럼 갑상선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 살도록 하면 우리 갑상선 외과 의사는 얼마나 편할까........어쨌든 하찮게 보이는 부갑상선이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필자는 부갑상선을 파라공주님이라고 부른다(parathyroid에서 따 왔다).

공주님을 잘 보호하고 잘 모셔 우리 몸도 편안하고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파라공주님의 거처가 항상 일정치 않으니까 수술할때 애를 먹는다. 정상 위치를 벗어나 딴곳(ectopic location)에 숨어 있을 확율이 16-20%나 되기 때문이다. 윗쪽 공주님은 비교적 예측되는 장소에 있으나 아래 동네 공주님은 그 행방이 묘연한 수가 많다.또 아랫쪽 공주님 주위에는 림프절들이 많아 더욱 알현하기가 어렵다. 어디에 계시는지 알아야 온전히 보호할 수 있지 않는가.

태생학적으로 윗쪽 파라공주는 4번 아가미낭에서 하강하여 갑상선 상부 1/3 뒷면에 붙는다. 하강하는 거리가 짧으니까 위치가 비교적 일정하다. 아랫쪽 공주는 3번 아가미낭에서 탄생하여 흉선과 같이 내려오다 목에서 흉선과 이별한 후 갑상선 하극의 측면에 자리 잡고 흉선은 종격동내로 내려간다. 이렇게 긴 거리를 여행하기 때문에 위치 이상을 일으키기 쉽다(긴 여행하는 동안에 사고나기 쉽지요).

때로는 흉선과 함께 너무 내려가 앞 종격동, 심장 근처까지 내려 오는 수도 있고....이 때문에 아랫쪽 공주님의 거처가 일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수술할 때 윗쪽 공주님은 소위 갑상선의 Zuckerkandl 결절과 갑상선 본체가 만나는 부위의 홈(groove)에 액체가 고이는 곳(필자는 이를 세브란스 호수 'Severance Lake'라고 명명하여 국제학회에서 호평을 받았다)의 내측에 있는 경우가 많고, 아랫쪽 공주님은 갑상선 측면 하극을 중심으로 95%가 반경 2cm내에 있다. 그 범위에서 40-60%는 갑상선에 붙어 있고 25-40%는 경부 흉선안에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성대신경보다 전방에 있다. 이것이 전형적인 정상 위치인 것이다.

전형적인 위치에서 공주님들을 찾지 못하면 아래쪽 공주님은 흉선(30%), 전상종격동(22%), 갑상선 실질내(22%), 갑상- 흉선 인대(17%), 하악선 근처(9%)에서 찾아보고, 윗쪽 공주님은 기관 식도구(43%), 식도후측(22%), 후상종격동(14%), 갑상선 실질내(7%), 경동맥초(7%), 식도측방(7%)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갑상선 절제수술 때에는 정상적인 위치에 공주님들이 보이지 않으면 굳이 이들을 수색한다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지 말아야 한다. 공주님들에게 가는 아주 가느다란 보급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때는 이들을 철저히 수색해서 병든 공주는 퇴출시켜야 하지만....

갑상선 수술 때는 파라공주님들의 거처를 잘 알고 있어야 이들을 다치게 하거나 모르고 제거하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공주님, 공주님, 파라공주님 어디 계셔요?" 외쳐 봐야 소용 없다. "나 여기 있어요" 하고 공주님들이 얼굴을 내밀리가 없기 때문이다.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 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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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기자 sohopeacock@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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