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골든타임 앞으로 3년 … 좋은 집 지어야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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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2013년 여름, 건설업계는 주택시장 침체와 해외건설 저가 수주의 후유증으로 맥을 추지 못했다. 상장 건설사들은 분기마다 ‘어닝쇼크’(예상보다 실적이 매우 낮게 나오는 것)에 시달렸다.

 ‘건설 인재 사관학교’로 꼽히던 대우건설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적은 갈수록 악화됐고 4대강과 호남고속철도 담합 문제가 터졌다. 이 때 등장한 ‘구원투수’가 박영식(58·사진) 사장이었다. 2013년 7월 대우건설의 지휘봉을 잡은 뒤 바로 ‘비상경영전략’을 선포했다. 1980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경영기획 담당 부문장 등을 지낸 그는 기획통이자 관리통이다.

 ‘박영식 카드’는 대성공을 거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9조8531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보다 1조4360억원(17.1%) 급증했다. 2013년 2531억원이던 영업적자가 1년 만에 4155억원의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7일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박 사장을 만났다.

 - 실적을 놓고 보면 1년여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우리가 잘 못하는 것을 정리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늘린 덕분이다. 저가 수주로 인해 부실이 생긴 해외사업 대신 주택사업에 주력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1만4356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했다. 오피스텔을 포함하면 1만8000가구가 넘는다. 올해도 3만1000여 가구를 분양해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할 계획이다.”

 - 주택사업은 주택경기에 좌우돼 하늘에서 비가 오기만 바라는 천수답(天水畓)으로 비유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동안 자체 개발한 시장분석툴(DHCC, Daewoo Housing Cycle Clock)을 통해 시장예측능력과 대응능력을 키워왔다. 사업기간(수주에서 분양까지 약 1년)도 새로운 의사결정시스템을 도입해 평균 5.3개월로 확 줄였다. 우리에게 주택사업은 더 이상 천수답이 아니다. 우리가 체계적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 신년사에서 언급한 ‘주택산업의 골든타임’은 무슨 말인가.

 “앞으로 3년간은 주택시장이 괜찮을 것 같다. 3년 뒤부터는 주택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에겐 3년의 ‘골든타임’이 주어진 셈인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주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골든타임을 어떻게 쓸 계획인가.

 “앞으로 시행사의 의뢰를 받아 시공을 하는 단순 도급사업에서 벗어나 시행과 시공을 같이 하는 자체사업을 늘릴 계획이다. 짓기만 하는 건설사에서 벗어나 디벨로퍼(부동산개발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다. 그래야 시행사나 재개발·재건축조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가 짓고 싶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이렇게 지은 주택을 수요자들이 알아준다면 골든타임 이후에도 대우건설이 지은 주택은 잘 팔릴 것이다.”

 - 해외사업은 수익성이 없나.

 “2013년 건설사들의 어닝쇼크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단순 시공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시공 분야는 유가·환율 등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그만큼 위험요소가 많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기획부터 자금조달, 설계·시공·운영까지 총괄해야 한다. 결국 해외에서도 디벨로퍼가 돼야 한다. 대우건설은 국내·외에서 디벨로퍼로 발돋움할 것이다. ”

 - 올해가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이 되는 해다.

 “해외건설은 누가 뭐래도 한국 경제의 마중물이었다. 지금도 수출 1위 상품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해외 선진 건설사에 비하면 기술력이 5~10년 뒤쳐져 있긴 하지만 자금조달과 설계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적극 진출해야 할 때다. 대우건설부터 시작하겠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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