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장관 얼굴로 밑이나 닦으시죠" 홍콩장관 얼굴 새겨진 화장지 8000롤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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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중국 사법당국 수사관들이 광둥(廣東)성 선전시의 한 화장지 제조공장을 급습, 두루마리 화장지 7600롤과 각티슈 2만 개를 압수했다. 압수된 화장지에는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을 풍자하는 캐리커처가 찍혀 있었다. 왜 화장지에 홍콩 지도자의 얼굴이 들어가게 됐을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 휴지 제작을 의뢰한 곳은 홍콩 야당인 민주당이었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지나치게 친(親)중국 행보를 걸어온 인물로 평가되면서 홍콩 내부에서 적잖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홍콩 시민들의 민심을 파악한 민주당은 그를 ‘밑씻개’로 쓸 수 있는 화장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렁춘잉 행정장관 휴지를 만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설에도 홍콩 민주당은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바 ‘렁춘잉 휴지’를 4000롤 제작해 판매했다. 당시 10만 홍콩달러(1400만원)어치가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압수된 화장지와 각티슈에는 ‘속이다’란 뜻의 한자 편(騙)이 렁춘잉의 이마에 붙어 있다. 그의 얼굴 중에는 송곳니가 그려진 것도 있다. 비판세력들이 그를 신뢰할 수 없고 교활한 성격을 지녔다며 ‘늑대’라는 별명을 붙여줬기 때문이다.

렁춘잉 장관을 풍자하는 물품은 과거에도 홍콩에서 절찬리에 팔렸다. 지난 2013년, 홍콩에는 때아닌 봉제 ‘늑대인형’ 열풍이 일었다. 한 반정부 시위자가 대중집회에서 렁 행정장관에게 늑대인형을 던졌는데, 이 인형은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늑대인형 루프시그(Lufsig)였다. 루프시그는 동화 ‘빨간 모자’에 나온 늑대를 묘사한 인형이다. 그 뒤 홍콩 이케아 매장에서는 늑대인형을 사서 던지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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