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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韓·美정상 합의, 신뢰로 지켜가야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미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정상간의 우정을 돈독히 했다. 이 점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하고 평가하는 부분이다.

북핵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양국간의 확고한 공조체제가 비로소 구축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북 문제를 두고 그 동안 보였던 다소의 혼선과 오해를 해소하고 양 정상간에 인식의 교감대를 넓힌 호양적 자세와 정신은 평가받음직하다.

양국 정상은 북핵 해결의 목표와 방법을 비교적 선명하게 합의, 대북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환경을 마련했다. 그 해결의 목표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제거"라고 못박았다. 방법은 평화적 해결을 원칙으로 하되 위협적 국면이 될 경우 '추가적 조치'의 검토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북핵 해결을 두고 한.미간 모호했던 목표와 수단이 정리되고 한.미간의 단단한 결속을 이룸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강한 압박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盧대통령이 남북교류와 협력도 북핵 문제의 전개상황과 연계할 가능성을 밝힌 점도 대북 경고 메시지라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포함해 한반도 안보지원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나 양국 정상이 한.미동맹의 발전적 강화에 합의함으로써 우리 안보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히게 했다.

주한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와 관련, 동아시아 정세를 '신중히 고려하여 추진한다'는 다소 모호한 합의도 우리의 향후 자세에 따라 상당 기간 유예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전반적 합의는 한국 경제를 보는 외국투자자들의 불안감과 의구심을 크게 불식할 요인이다.

이처럼 좋은 결과를 낳은 공은 역시 盧대통령에게 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이 2000년의 김대중.부시 대통령간의 정상회담 악몽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盧대통령의 이번 방미 활동은 후보 및 당선자 시절의 반미적 성향에 대한 의심을 씻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냉엄한 안보현실과 국제정치질서에 대한 냉철한 판단에 따라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을 방미 기간 해소하려는 적극적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도 정상회담 중 북한체제 등을 일절 거론치 않음으로써 盧대통령의 노력에 화답했다. 이처럼 정상간 신뢰와 우정을 더욱 다진다면 한.미동맹과 우호협력관계는 반석 위에 서게 될 것이다.

盧대통령의 진보적 지지층은 그의 '친미변신'에 실망감을, 북한은 합의내용에 거부감을 격하게 표시할 것이다. 이런 예상되는 사태에 그가 특유의 모호한 이중성을 재현한다면 애써 성취한 우리의 튼튼한 안보환경이 다시 무너질 것이 틀림없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간의 관계도 신뢰를 잃게 되면 만사가 허사가 될 것이다. 盧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어려움이 온다 하더라도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특히 내년 총선에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한.미 합의를 훼손하거나 부정하려는 유혹에 빠져선 안된다.

이제 남은 일은 합의를 실천하는 것이며 사회 각계도 이를 위해 盧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 길만이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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