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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불가사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7월중순 문인 일행들과 함께 인도의 작은 지방도시를 둘러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델리를 거쳐 아그라와 바라나시로 들어가며 내가 연상했던 인도의 얼굴은 전혀 판이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국적 풍물에서 품기는 특이함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빈궁하고 참담한 삶의모습 때문이었다.
불교 발상지로서의 찬란한 문화전통과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인도의 모습은 성지의 기둥아래 구도자적인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게으른 노인의 모습과 함께보여 왔다. 헐벗고 빈궁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러나 그들은 게을렀고 마음의 평화와 넉넉함을 구가하고 있는 듯 했다.
차가 내왕하는 큰길에는 소들이 똥을 싸며 어슬렁거리고, 길바닥 열대나무 그늘에 반라로 나자빠져 누워 있는 사람들, 움막 같은 시장바닥 좌판에 진열된 불결한 식품들,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아우성치며 몰려드는 행상들, 호객하는 인력거꾼들, 손을 벌리며 구걸하는 아이들, 길거리에 딱딱한 나무의자를 끌어내 놓고 바리깡으로 머리를 깎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나는 50년대초의 한국의 참담했던 때를 연상하지 않을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마땅히 잘 보호되어야할 고도의 문화유적지와 유물들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손때로 반들거렸다.
인도정신이란 무엇일까.
끝없이 참고 견디는 비폭력 무저항주의와 구도자적 신앙의 깊은 갈구가 이들의 삶을 투쟁적·행동적 혁신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도록 한 것일까. 그리하여 누우런 황톳물과 오물이 뒤엉켜 흐르는 갠지즈강에 몸을 담고, 그 불결한 강물에 이빨을 씻으며 자신의 소망을 기구하며, 자기구원을 위한 고행을 실현시키려 하는것일까.
갠지즈강가의 노천 화장터에 붉은 천으로 묶여 있는 2구의 시선을 보며, 그들의 유해가 끝내 공기속에 흩어지고 갠지즈강에 뿌려지는 것을 보면서 인도의 불가사의함을 되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종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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