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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과학책이 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일반인들이 흥미있게 읽을수 있는 과학도서가 부족하다. 우주·해양·전자항공·공해·식품·생명·유전·자연 등 각분야에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면서도 기초적인 지식과 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주는 책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학도서가 부족한 것은 1차적으로 출판사들이 최신의 정보를 받아들여 정리해 내는 능력이 부족하고 또 독자가 즐겨 읽을 수있는 내용과 체제의 책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학교 교육이 과학의 생활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결과적으로 과학은 어려운 이론이며 생활속에 응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와도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다. 악순환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과학도서의 출판통계를 보면 출판의 빈약함을 알 수있다. 82년도 출판통계에 따르면 과학도서 출판은 종수론 5백94종밖에 되지않는다. 그중에 초판은 3백91종이다. 이같은 수치는 철학·종교·문학등 12개 출판도서분류중에서 총류에 이어 끄트머리에서 두 번째로 기록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대부분은 교재 등 순수이론서이고 일반독자를 위한 것은 전체의 20∼30%정도다.
일반을 위한 과학정보 전달이 부진했던 것은 대중적 과학잡지가 오랫동안 없었던 것으로도 밝혀진다. 20년전인 60년대초에 「과학과 생활」이라는 잡지와 과학신문이 나오다가 곧 없어지고 공백기가 생겼다. 지난해에야 겨우 「사이언스」가 나왔고 「학생과학」이라는 잡지가 중고생을 대상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사이언스」는 『인구문제, 과연 시한폭탄인가』 『지구의 운명을 점치는 우주확률론』등을 실어 독자들의 과학적 궁금증을 그런대로 풀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일반화하기에는 정도가 높고 시각적 편집이 흡족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과학도서출판을 하는 출판사도 1백여개에 이르고 있다하나 대부분 교재를 내고 있으며「전파과학사」「부림출판사」등만이 일반을 위한 책을 시도해왔다.
「전파과학사」는『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셈과 사람과 컴퓨터』『대륙은 살아있다』 『별·은하·우주』『과학사의 뒷이야기』등 저술과 일본의「부루 북」을 번역해 내고있어 경영난을 겪고있는 부림출판사를 제외하면 유일한 일반과학 도서출판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도서가 일반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쉽고 유익하게 글을 써낼수 있는 저자의 확보▲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시사성 있는 소재의 발굴▲자본투입에 의한 시각적인 편집▲과학을 아는 편집요원의 확보 등이 필요하다.
출판계는 우리저자들이 전문서적의 저술은 하면서도 일반인을 의해 쉽게 써내는 노력은 기피하는 현상이 있으며 또 그 같은 성향의 집필을 해낼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출판계는 초·중·고의 교사들이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느끼는 감각으로 그들에게 맞는 저술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사성이 있는 출판은 예를 들자면 KAL기 사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항공관제서적이 될수도 있고 자동차나 음향 전자기기에 대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시각적인 편집은 컬러사진이나 그림·도안을 많이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그같은 출혈출판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근 『코스모스』 『생명의 세계』 『엔트로피』등의 책이 호평을 받은 것은 주목 할만하다.
「생활속의 과학」은 차차 중요성을 가지게 되고 있다. 교육을 통해 과학과 가까워지게 하는 노력과 과학출판에 대한 각급학교 도서관·공공도서관 납품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문교부가 과학도서 읽기운동을 각급 학교에 권장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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