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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추명령은 누가내렸나 서방언론이 추적한 살인지령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AL기 격추하라』는 명령은 그동안 대부분의 관측통들이 추측했던대로 소련군부의 고위장성들이 「유리·안드로포프」서기장등 민간인 최고지도층과의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내린 것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있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즈지는 4일 격추를 직접 지시했거나 이 결정에 관계했을 것으로 보이는 소련군 고위간부들로서 소련 극동군구사령관「불라디미르·고보로프」장군(58), 방공군사령관 「알렉산드르·콜두노프」원수(59), 국방차관경공군총사령관「파벨·쿠타호프」원수등 3명을 지목하고 국방상인 「드미트리·우스티노프」가 관련됐다는 설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정보처(DIA) 소식통들을 인용한 선데이타임즈지보도는 우선 극동군구 사령관「고보로프」가 『KAL 747 제트기를 격추하라는 최종지시를 내렸을것』이라고 전했다. 격추지점을 관장하는 사령관인 그가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렸거나 최소한 실행명령을 내린것은 거의 확실하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또 「고보로프」의 극동군구사령부가 모스크바와의 거리가 먼데다 전략상의 중요성 때문에 소련 전국의 16개 군구중 재량권을 가장 많이 부여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고보로프」사령관은 2차대전중 소련군의 전설적 명장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군에 투신한후 비교적 젊은나이에 군구사령관까지 올라갔으며 당중앙위원도 겸하고있는 촉망되는 장성으로 알려졌다.
이어 선데이타임즈지는 KAL기격추가 중대한 사안인만큼「고보로프」는 이문제에 관한한 지휘체제상 직속상관인 방공군사령관「알렉산드르·콜두노프」원수에게서 격추해도 좋다는 최종허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며, 관례로 봐서「콜두노프」는 이같은 문의를 받았을때 다시 자신의 상관인 국방차관겸 공군총사령관인 「파벨·쿠타호프」 원수에게 확인을 요청했을게 를림없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관측은 미DIA가 갖고있는 소극동군사령부와 모스크바및 사할린사이에 오고간 교신기록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선데이타임즈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소련국방상 「드미트리·우스티노프」도 KAL기가 소련근해에 나타난후 사태를 보고받고 대책협의에 참여했을지 모른다는 일부의 추측을 전했다.
정치국원인「우스티노프」는 지난해「안드로포프」가 당서기장이 될때 군의 대변자로 그를 밀었으며, 「안드로포프」체제에서 강한 영향력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군인출신은 아니나 오랫동안 방위산업관리자로 종사해 군내부의 신망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함께 소련의 소식통은 사건당시 모스크바를 떠나 휴가중이던「유리·안드로포프」서기장은 격추결정에 간여하지 않았으며, 그가 모스크바에 있었다고해도 이문제를 직접 보고받거나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안드로포프」는 국방평의회의장이며 군통수권자이기는 하지만 이번같은 영공침입사건협의에는 곡 직접참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안드로포프」가 사건후인 2일 모스크바로 돌아와 수송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한 이 소식통은 군이 공격을 결정한 것은 KAL기가 정말로 스파이활동을 벌이고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선데이 타임즈지는 또 모스크바의 일부 관측통들은 KAL기격추명령이 군사비지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려는 소련공산당서기장 「유리·안드로포프」의 노력을 제지하려는 소련군부지도자들에 의해 사전계획하에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있는 지적했다고 덧불였다. 【외신발=본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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