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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자연비밀] 세종시가 서울시보다 더 추운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정부 중앙부처 P과장은 서울시에서 살다 세종시로 주소를 옮겨 두 번째 겨울을 지내고 있다. 그는 “겨울철엔 세종시가 서울보다 훨씬 춥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일교차”라고 말했다. 그가 사는 집은 새로 지은 아파트인데도 결로(結露·이슬 맺힘) 현상까지 나타났다. P과장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감기나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에서 남쪽으로 130여㎞ 떨어져 있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서울보다 더 추운 게 사실일까. 현재 세종시엔 정식 기상관측소가 없다. 그 대신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망(AWS) 관측자료를 확인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두 달 동안 세종시(연기면 세종리)의 일(日)최저기온의 평균은 영하 6.6도였다. 이에 비해 서울기상관측소(종로구 송월동)에서는 일최저기온 평균이 영하 5.8도로 측정됐다. 세종시가 0.8도 낮았다. 같은 기간 일평균기온 역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세종시가 영하 1.7도, 서울이 영하 1.6도로 세종시가 0.1도 낮았다. 세종시가 춥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반면 일최고기온은 세종시가 영상 3.9도, 서울시가 영상 3.6도로 세종시가 0.3도 높았다. 세종시의 일교차가 서울보다 큰 셈이다. 그렇다면 세종시의 일교차가 큰 이유는 뭘까. 세종시 예보를 담당하고 있는 대전지방기상청 서은진 예보관은 "세종시 지역은 복사(輻射)냉각이 활발하고, 아직 도시화가 크게 진행되지 않아 도시열섬 현상의 영향도 적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사냉각이란 낮 시간 동안 태양광선으로 데워졌던 지표면이 밤 사이에 적외선이란 형태로 에너지를 우주로 다시 내보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구름이 없고 별이 총총히 뜬 맑은 날 밤에 복사냉각이 활발하다. 공기가 맑으면 잘 일어난다.

도시의 건물과 자동차 등이 연료를 태울 때 열이 발생해 도시 중심이 주변지역보다 온도가 높은 것을 도시 열섬(heat island)현상이라고 한다. 건물 등이 밀집될수록 기온도 상승한다. 건국대 지리학과 이승호 교수는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에서는 일교차가 큰데, 새벽시간에 주변 산지에서 냉기류가 흘러내린다"며 "경북 봉화나 경남 진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두 달 동안 경북 봉화의 일최저기온 평균은 영하 9.7도로 강원도 춘천(영하 9.2도)나 경기도 파주(영하 9.9도)와 엇비슷했다.

세종시도 분지 지형을 갖추고 있다. 새벽시간에 산지의 찬 공기가 분지 내부로 내려와 쌓이면 기온 역전층(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올라가는 층)도 쉽게 생긴다. 기온역전층이 생기면 대기층이 안정되고 오염물질 확산도 더디다.

또 다른 기상전문가는 “겨울철 대륙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할 때 남쪽까지 내려온 찬 공기 덩어리가 세종시 부근에서 흩어지지 않고 머문다”고 설명했다. 대륙고기압이 약화돼 물러가면 서울지역은 금방 기온이 올라가지만 세종시 주변은 찬 공기가 남아있어 기온이 더디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종시에는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금강이 있다. 이 때문에 짙은 안개도 자주 나타난다.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안개 탓을 하기도 한다.

세종시의 겨울 아침이 추운 건 지리·지형적 요인 탓이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일부 세종시 공무원들에게는 심리적 요인까지 겹쳐 출근길이 더 춥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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