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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숭동 문화·예술가 대학생들 꿈과 낭만의 거리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동숭동 구 서울대 문리대가 자리잡았던 대학촌. 캠퍼스가 옮겨진 이 거리는 이제 옛날의 대학촌에서 한걸음 더 성장, 젊은 대학인은 물론 문인 예술인 교수들이 한데 어울리는 「문화 예술의 거리」로 자리를 굳혔다. 주변환경은 가히 문화적이다. 대학본부 건물자리엔 문화예술진흥원이 들어서 우리나라 문화예술 활동의 총본산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 지성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문을 탐구하던 강의실터엔 건축가 김수근씨 설계의 미술회관, 문예회관이 들어서 미술 음악 연극이 창조되고 또 실험되고 있다.
삐걱대는 나무계단을 오르내렸던 추억의 찻집 「학림다방」은 젊은이들의 시와 그림이 함께 전시되는 고급 대학의 광장으로 변했고 「쌍파부침」과 「학사주점」에는 요즘도 사자후를 뿜는 젊은이들의 토론과 객담이 끊이질 않는다.
문예회관은 7백석 규모의 대극장과 2백석 규모의 소극장 및 연습실등을 갖춘 공연장으로 연극·무용·음악·민속놀이등이 주로 공연된다. 요즘은 제7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지난12일부터 열려 오는 10월12일까지 계속된다.
그림·조각·서예·공예 사진등을 전시하는 미술회관은 연중무휴.
그와함께 동숭동일대에는 흥사단아카데미를 비롯해 「샘터」사, 디자인 포장센터, 「크리스천신문」사, 「토틀 디자인」사등이 자리잡아 이 일대의 문화활동을 직접 간접으로 돕고있다.
또 문예회관 건너편에는 가톨릭회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한다발」「우리니까」등의 대학생중심의 독서클럽등 1백여개의 모임이 매주 열리고있어 문예회관등에 못지않게 많은 대학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처럼 쉴새없이 찾아드는 대학생·문화예술인들을 겨냥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찻집과 레스토랑등.
미술회관 l층의 마로니에 찻집을 비롯해 문예회관 뒤편에 자리잡은 하이델베르크, 올리브와 샘터사 건물의 난다랑, 지난4월 새 단장을 한 학림다방, 4년전에 문을 연 마로니에클럽등 동숭동의 명소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그밖에도 이 일대는 「낙산」「여백」「프리즘」「낙산공방」「오감도」(피자라문집)「에필」「조이」「돌샘」「낙산가든」등의 업소들이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 업소들의 가장 큰 특징은 드나드는 손님의 80∼90%가 대학생 계층인 점.
주로 성인을 상대로 하는 업소의 경우도 다른 곳의 업소와는 좀 다르다.
『드나드는 손님중에는 상업이나 개인사업 종사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교수 문인 화가들이지요』
「마로니에클럽」주인 박영원씨(40·여)의 말이다.
고미술품과 골동품등을 취급하는 「예가의 집」주인 이행관씨(34·여)는 『동숭동의 조용하고 지성적인 동네분위기에 끌려 서울대가 관악산으로 이전하던 해에 가게를 차렸다』며 『손님의 대다수가 교수·화가등 점잖은 분들인 것에 놀랐고 대학생들이 자주 들러 소품등을 구입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장사를 하는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처지에서 보면 이곳 「문화의 거리」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꼬집는 것이 차값 음식값등 비싼요금.
가톨릭회관에서 매주 토요일 하오3시에 모임을 갖는 독서클럽「외길」의 회원 이승신양(21·이대3년)은 『독서회 때문에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데 이 일대의 유흥업소들이 우리 학생 신분에 비해 차값등을 너무 비싸게 받는것이 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성제대가 설립되던 1924년 4월1일 이전만해도 동숭동일대는 가죽신등을 만들어 파는 「갖바치」들의 초가가 서너채 있었을 뿐 배추밭에 지나지 않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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