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교!] 1년에 한두 번 학교서 밤샘 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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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덕원여고에서 오후 7시부터 12시간 동안 밤을 새면서 책읽는 행사가 열렸다. 자정 무렵 학교도서관 '청람재'에서 학생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밤을 새워서 책을 읽는다는 게 좋은 추억이잖아요. 동생에게도 그런 추억을 갖게 해주고 싶어 안 온다는 애를 억지로 끌고 왔어요."

21일 자정 무렵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덕원여고 도서관 '청람재'. 이 학교 2학년 김영윤(16)양이 웃으며 이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동생 영산(11)군이 맞장구쳤다. "책 읽으면서 밤 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지루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어요. 누나들이랑 소곤소곤 얘기하는 것도 좋고요." 영산군은 집에서 가져온 한 권을 포함, 이미 세 권을 읽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비슷한 시간 1학년 류수정(16)양은 "고교에 와서 책을 더 많이 읽는 것 같다"며 "밤 새워서 책을 읽는 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덕원여고는 2001년부터 5년째 '밤샘 책 읽기 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도 170여 명이 대회에 참가해 21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당초 신청자는 3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첫해 14명, 이듬해 42명이 참가했던 것과는 완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문완섭 도서관 담당 교사는 "학생들에게 독서는 밤을 지새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또 2002년부터 '오렌지카드'란 도서관 이용 확인증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용 시간만큼 도장을 찍어주는데 일부 학생은 이미 확인란(180시간)을 다 채워 새 카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방학 중에도 늘 도서관 문을 열어둔다.

올 1학년부터는 '느티나무 교실'이란 독서교육 수업도 한다. 독서법(4시간).창작(8시간).독후감 쓰기(6시간).토론학습(6시간).사이버 독서활동(8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 영향인지 학생들의 글쓰기도 활발해졌다.

2003년 말 문을 연 학교 디지털 도서관 사이트의 '독서표현마당' 코너에 올라온 글이 현재 3610편에 이른다. 최근 부쩍 늘어 10건 이상 글이 올라온 날도 있다.

덕원여고가 독서운동에 열을 올린 계기는 1998년 도서관 정리작업이었다. 당시 '구닥다리' 책을 모두 버렸더니 남은 책은 1500여 권에 불과했다. 이후 재단.교사.학생들이 합심해 책을 늘리기 시작했고, 도서관을 찾는 학생이 늘어나자 학교에서도 독서운동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현재 덕원여고 도서관의 장서는 1만5000여 권으로 대부분 새 책이다.

정현자 연구부장 교사는 "올 수시에서 이미 22명이 합격했는데 이는 예년의 두 배 수준"이라며 "우리 학교 학생들이 논술과 면접에서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자랑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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