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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대우컴퓨터 '솔로' 되살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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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대우컴퓨터를 인수한 대우루컴즈 윤춘기(사진) 사장의 좌우명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그는 대우전자 시절부터 20년간 모니터란 한 우물만 팠다. 이번에 컴퓨터 사업에 나섰지만 그 역시 모니터사업의 연장선으로 그는 생각한다. 1980년대 대우전자에서 국내 최초로 컴퓨터를 개발할 당시 관련 부품을 모두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야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윤 사장은 일본업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6개월 가량을 서울 종로에 있는 어학원에서 숙식을 하며 출.퇴근했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는 것은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다. 이 덕에 그는 남들보다 일본어를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집념은 옛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위기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 출신 20여명과 함께 2003년 대우루컴즈를 세워 독립한 후에 그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30분. 휴일도 휴가도 모두 반납했다. 직원들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라는 절박한 위기감을 공유했다. 윤 사장은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것이 제 소신이다. 그대신 남아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한다. 밥만 먹고 사는 것은 세상에 나온 보람이 없지 않느냐. 꿈을 먹는 조직원이 있을 때 회사는 성장하며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루컴즈나 컴퓨터 모두 대우그룹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라 회사문화의 차이에 따른 이질감은 거의 없어 한 목표를 가는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그는 덧붙였다.

윤 사장은 최근 들어 디자인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17인치 LCD 모니터는 삼성전자 제품등과 함께 GD(굿디자인) 상을 받았다. 윤 사장은 "이제 전자업계의 품질은 대동소이하다. 차별화는 브랜드와 디자인이다. 일단 소비자가 갖고 싶어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는 '솔로' 브랜드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대우전자에서 분사한 디자인 전문회사와 손잡아 고객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디자인 결정에도 참여하는 제도를 만들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우루컴즈는 지난 3년간 주로 수출을 통해 총 1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컴퓨터 사업도 새로 시작한 만큼 내년에는 내수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 연 매출 100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윤 사장은 " PC사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앞으로 20~30년간 모바일 기기의 주축이 될 것이다. 대우루컴즈의 디스플레이 분야와 이번에 합병한 대우컴퓨터의 PC 분야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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