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DJ 차’앞세운 일본차의 반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혼다는 올 3월 단종됐던 대형 세단 ‘레전드(사진 왼쪽)’를 만에 다시 판매한다. 레전드는 1990년대 대우차가 ‘아카디아(사진 오른쪽 위)’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탄 차종이기도 하다. 도요타도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V’를 앞세워 점유율 회복에 나선다. [사진 혼다코리아·한국GM·한국토요타]

도요타·혼다 등 일본차 브랜드가 올해 국내 시장에서 신발끈을 바짝 조여맸다. 엔저(엔화 약세) 기조로 유리한 가격 경쟁력에도 독일차 발 경유(디젤) 열풍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원-엔 환율이 100엔 당 1010원에서 910원까지 약 10% 가까이 평가절하되면서 일본차의 국내 가격도 일정 정도 하락했지만, 소비자들이 디젤을 앞세운 독일차에 끌리면서 휘발유(가솔린)를 주로 쓰는 일본 메이커를 외면한 결과다. 도요타는 지난해 전년 대비 8% 감소한 6840대를 팔았고, 혼다는 판매량이 25% 넘게 줄어들었다.

 반격에 나서는 일본차 브랜드의 무기는 역시 고성능 ‘신차’다. 가솔린 가격도 1리터 당 14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일본 메이커들을 돕고 있다. 우선 혼다가 올 3월부터 2011년 단종됐던 7000만원대 대형 세단 ‘레전드’를 4년 만에 다시 판매한다. 레전드는 혼다의 고급 브랜드 ‘아큐라’의 대형 세단으로 그룹 내 최고급 모델이다. 북미에서는 아큐라 ‘RLX’로 판매되고 있다.

 사실 레전드는 1990년대부터 국내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모델이다. 지금은 한국GM으로 이름이 바뀐 대우자동차가 1994년부터 약 5년간 일본에서 반조립 상태로 수입한 레전드 2세대 모델을 ‘아카디아’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덕분이다. 특히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2년 만에 야당 총재로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아카디아를 전용 차량으로 택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DJ(김대중) 총재 차’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한 자동차업체 임원은 “1990년대 정·재계 인사 대부분이 현대 ‘그랜저’를 탔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로선 파격적인 선택”이라면서 “아카디아는 비록 4000만원이 넘었지만 3.2리터 6기통 엔진, 그리고 단단한 하체가 발휘하는 강력한 주행성능은 호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혼다코리아는 레전드의 가솔린 모델을 7000만원 대에 출시하고 이후 디젤·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독일 4사 뿐만 아니라 포드에 점유율 5위 자리를 내준 도요타도 전열을 가다듬는다. 특히 올 상반기 3000만원 내외에 출시될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V’가 도요타의 야심작이다. 특히 프리우스V는 구입 시 정부로부터 친환경 보조금 1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97g 이하이기 때문이다. 적재용량도 971.4L로 프리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원래 도요타는 연초 신차 출시보다 연말 실적관리 등에 집중하는 사풍(社風)을 가진 회사”라면서도 “올해엔 연초부터 캠리, 시에나, 프리우스로 이어지는 신차 라인업으로 흥행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도 이달 10일 인피니티 ‘뉴 Q70’을 출시한다. 5년 만에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된 Q70은 전면에는 그물 모양(메쉬타입) 그릴이 적용됐고 앞뒤 범퍼 디자인도 새로워졌다. Q70은 렉서스·캐리 등 다른 일본 세단과 달리 디젤이 주력 모델이다. 가격은 6000만~7000만원 대로 출시될 전망이다.

 한편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사도 1월 월간 실적을 2일 발표했다. 내수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1월 판매량(5만413대)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감소한 반면 기아차(3만6802대)는 ‘쏘렌토’·‘카니발’을 중심으로 8.2% 증가했다. 한국GM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9% 증가했다. 차종 별로는 현대 ‘쏘나타’가 하이브리드 모델 1256대를 포함해 총 6907대가 판매돼 최다 판매 차종으로 집계됐다.

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