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 1년간 93조 증가 … 금융위기 이후 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은행대출금이 지난 1년간 93조원이나 늘어났다. ‘대출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2008년 이후 최대폭의 증가라 후폭풍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1255조8000억여원으로 2013년말보다 93조8000억여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518조2000억여원으로 1년간 39조2000억여원 증가했는데,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364조1000억여원으로 1년간 37조3000억원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역대 최저 수준의 대출금리, 전세가격 급등 등이 겹치면서 수요가 급증해 8월 이후 거의 매달 5~6조원씩 폭증했다.

 이는 1년간 115조원이나 늘어났던 2008년 이후 최대폭의 증가세다. 당시는 국내 은행들의 대출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하지만 그 해 9월 리만브라더스 부도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은행권은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7년 10조원대이던 일반은행 당기순이익은 2008년 6조원대, 2009년 5조원대로 급락했다. 2007년 각각 1.10%와 14.60%이던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09년에 0.39%와 5.76%로 거의 3분의 1 토막났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출 증가세와 관련해 당시를 떠올리는 분위기도 있다. 지금이 금융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은행권 침체가 누적되면서 수익성은 그 때보다 더 떨어져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ROA와 ROE는 각각 0.37%와 4.91%에 불과하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이 급증하면 대출기간이 종료되는 2년 정도 뒤 부터 은행은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은행권 체질이 많이 약해진 상황에서 부동산 상황이 나빠지거나 금리가 오를 경우 급증한 대출은 상당한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실상 대출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출금 규모를 조절하는 건 어렵다”며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을 낮추는 등의 노력을 통해 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낮추는데 주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