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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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시장으로의 문이 넓게 열려있고 지근 거리에까지 근접해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코 안심하기 어려운 여러 특징적인 요인이 식량문제에 개입되어있음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해 버리고 있다. 그런 안이한 생각이 크나큰 오류로 귀결되리라는 여러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있다.
그 가장 큰 징후는 세계곡물시장의장기적 불안정 구조에서 비롯될 수 있다. 지리나 기후로 보아 세계곡물시장의 주요공급 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극소수의 나라로 제한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런 공급구조는 달라질 가망이 없다. 현재도 이미 미국은 주요거래곡물의 50∼80%를 공급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그 비율이 변동 될 전망이 거의 없다.
식량의 전략 성을 누구보다도 일찍 터득한 미국은 진작부터 세계곡물시장을 유효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농업투자와 고도의 기술혁신을 통한 비약적 생산성증대로 경쟁력은 타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이는 곧 세계시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런 미국이 대폭적인 감산정책을 시작한 것은 곡물시장의 크나큰 변혁이 아닐 수 없다.
연방정부가 앞장서서 감산을 지원하는 이른바 현물지원보상정책은 두말할 여지없이 식량의 전략 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며 이는 20여 년 동안의 세계곡물시장의 소강을 깨고 크나큰 파동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졌다. 올해 처음 시도된 이 제도는 조만간 7O년대 초의 석유파동에 버금가는 심각한 곡물파동의 첫 경험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더우기 미국의 이번 시드의 효과는 때마침 세계주요지역을 휩쓴 대기 상 이변으로 인해 크게 증폭되어 위력을 나타낼 것이 우려된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곡물수확 예상은 8월초 현재 옥수수 40%,콩20%의 감수가 전망되고있다. 미국이외의 지역에서도 가뭄과 홍수가 엇갈려 세계곡물시장에서의 공급이 크게 달리고 수요는 반사적으로 폭증할 것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유지되어온 곡물시장의 안정을 깨고 새로운 공급자시장으로 변모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시장구조 변화는 대부분 크나큰 파동을 과도적 댓가로 치르고 이루어지는 것이 상례였으며 이미 그런 파동의 조짐은 현재의 곡물시세로 나타나고있다.
우리는 올해에도 옥수수 3백8만t 을 포함하여 6백만t, 11억 달러 가까운 식량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다. 이중 옥수수는 최저가에 비해 이미 50%이상 올라있고, 콩은 44%,밀은 2O%가까이 값이 올랐다. 이 세 가지 곡물만으로도 외화부담은 11억 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쌀과 보리는 올해도 대풍이 예상되어 도입의 부담이 없을 전망이나 해마다 주곡의 대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강은 아무데도 없다.
문제는 너무도 명료해진다. 더 이상 낮아지는 식량의 자급 솔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다. 모든 식량을 완전 자급하는데는 많은 제약을 안고있지만 적어도 주식과 주요 곡물의 자급도 만은 늘려가야 할 당위가 제시된다. 식량자원의 확보뿐 아니라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국제수지 때문에라도 식량수임의 급증은 저지돼야한다.
그에 이르는 지름길은 없으므로 장기적인 농업생산전략을 다시 검토하여 안이한 비교우위논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주곡의·생산을 장기 적으로 확대하는 길은 농업투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쇠퇴해 가는 가격지지정책의 재검토를 통해 농업생산 상을 높이는 길밖에 없음을 모두가 인식할 때다.

<"「명성」 피해자 없도록">
○…18일 상오 중앙청 후생 관에서 명성그룹사건처리의 사후대책을 협의하고 나오는 김상협 총리이하 관계 장관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
이날회의는 『재무부·국세청만이 아니라 관계장관들이 중지를 모아 대책을 수립하는 게 좋겠다』 는 강경직 재무장관의 진언에 따라 소집했는데 김 총리는 관계장관들의 의견개진을 들은 후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라』는 짤막한 지시만 했다는 것.
이날회의에서는 국민들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관점에서 재무부가 마련한 보도자료에 대해서도약간의 손질이 가해졌다는 후문.

<재무위 즉각 소집을 요구>
○…명성그룹사건과 관련, 재무위의 즉각 소집을 주장하고있는 민한 당 소속의원들은 18일 임종기 총무로부터 『비일 이전에는 사실상 어렵다』 는 얘기를 듣고 다소 볼멘 표정.
김태직 의원 등은 이날 임 총무에게 『정부 발표를 보면 일개 은행대리가 1천억 원의 예금을 사채로 빼돌릴 수 있는 금융풍토와 콘더·골프장·케이블카 허가과정의 석연치 않은 문제점등 미진한 점이 너무 많다』며 재무위의 즉각 소집을 요구했으나 임 총무는 『19일 총무회담을 열기로 이미 날짜까지 잡아 놓았는데「즉각 소집」만들고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짜증 섞인 반응.
이들은 결국 소집 날짜에 대해선 한 걸음 물러섰으나『그대신 미진한 부분을 샅샅이 파헤치겠다』고 벼르고있다.

<조기총선 세에 언급회피>
○…미국·캐나다·일본방문을 마치고 17일 하오 귀국한 민정당의 권익현 사무총장은 공항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조기총선 세에 대해 『진원이 없는 풍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언급을 회피.
권 총장은 거듭 이 문제에 대한 추궁을 받고 『영어를 사용하는 사회에 갔다가 와서인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밑도 끝도 없는 얘기에 무슨 입장을 밝히느냐』 고 논평을 회피.
권 총장은 명성사건에 대해 『발표내용에 저명인사가 관련이 있더냐』고 반문하면서 『풍문이라는 것은 들춰보면 다 그런 것』이라며 조기총선 세·명성 배후설 등을 싸잡아 일축.
이날 공항에는 50여명의 의원들이 출영.

<「인구정책대안」발표 미뤄>
○…민한 당은 당초 19일 발표 할 예정이던 「인구정책대안」을 당내반응이 별로 신통치 않은데다 최근의 명성그룹사건 등 중요 현안에 가려 다음주이후로 미룰 방침.
당내 유일한 여성의원인 황산성 의원이 중심이 돼 마련한 인구정책대안은 인구폭발의 주된 요인이 남아선호에 의한 무분별한 출산에 있다고 전제해 각종 법령상의 남녀불평등 조항을 철폐 내지 개정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해 왔던 것.
그동안 황 의원은 이를 의해 두문불출해 가며 민법상의 △호주제도 폐지 △친족 및 친권 제도에 대한 남녀불평등 철폐 △재산상속의 남녀차별 조항개정을 중심으로 5개 관계법개정안을 준비했으나 당내에서는 『너무 앞서 나가도 곤란하다』 는 반응이 거세어 당론으로 채택되기에는 어려울 전망.

<공무원 전화 사용이 40%>
○…공무원이 직장에서 거는 전화가 1인 하루평균 5통화이며, 이 중 2통화가 사용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경제기획원의 한 공무원이 각급 공무원 4백 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는데 이 공무원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사무실·복도 등 관청 안에 공중전화를 설치하면 연 1백23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
정부기관의 분당 평균 전화료는 연 52만 2천 원으로 △노동부 87만2천원 △철도청 83만4천 원 △국세청 82만 4천 원의 순이며 중앙선관위는 12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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