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대수술이냐 소폭 개편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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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축구국가대표 화랑을 대폭 수술할 것이냐, 아니면 일부선수의 소폭 개편으로 그칠것이냐.』대한축구협회가 곤경에 빠져있다.
미주지역의 20여일 전지훈련중 1무5패의 부진한 전적을 기록한 화랑에대해 축구계의 여론은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화랑은 11월l일부터 LA올림픽 1차예선을 치르며 현재의 전력으로선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인 것이다.
그러나 16일 귀국한 화랑의 조윤옥감독은 『친선경기의 전적만을 가지고 경솔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국내의 여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감독은 『중미지역의 축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등의 프로팀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등으로부터 스카우트된 노련한 우수선수들이 많으며 이지역의 축구열은 아시아국가들과 차원을 달리한다. 그들은 분명히 아시아보다 한수위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랑은 경기내용에서 매우 선전했다고 확신한다. 특히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선 광적인 관중의 분위기 때문에 심판이 일방적인 편파판정을 일삼아 우리는 패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지의 축구전문가들과 매스컴은 GK최인영을 「놀라운 수문장」이라고 극찬 하는등 찬사를 보내줬다』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조감독은 또 『폭서속에 5시간의 비행기여행후 5시간을 공항대합실에서 대기하다 다시 3시간의 비행기여행을 한끝에 단 하루를 쉬고 경기에 임해야하는 원정팀의 핸디캡등을 감안하면 승부만을 가지고 화랑을 이토록 매도할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아직 화랑은 취약점이 많다. 가장 두드러진 약점은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하지못하는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부분적인 결함은 앞으로 시정될수 있을 것으로 보며 화랑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를 타고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일부 신인들은 경험부족으로 올림픽예선이란 큰 이벤트에 내세우기가 어려움을 절감했다. 일부선수의 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수단장으로 활약한 신중식국제이사는 『협회에 금명간 전지훈련보고서를 내겠다』면서 『간접적으로 소문만 듣고 화랑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화랑의 개편이나 운영문제는 냉철하게 처리해야 하겠다』고 말한후 『나자신의 평가를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수 없으나 현재의 화랑에 대해 긍정적인면보다 부정적인면이 더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혀 조감독과는 상반된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화랑의 한 선수는『축구협회가 원망스럽다. 수없이 비행기만 타고 다니면서 친선경기 몇번 갖는 것이 전지훈련인가. 선수들은 피로에 시달렸으며 경기에 임해선 승부보다 훈련을 한다는 생각에 더 몰두해 있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한 임원은 「화랑의 문제」는 이번 전지훈련만으로 대두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신중한 검토와 의견교환을 거쳐 오는 20일께 화랑개편여부의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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