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중국의 언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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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불과 10개월 사이에 한국으로 날아온 세차례의 중공비행기사건을 겪으면서 자유중국언론계가 한국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이곳 언론들은 작년10월 오영근씨 사건때는 『한국정부가 오씨와 비행기를 당연하고도 즉각적으로 자유중국으로 보내주지 않는데 대해 무척 섭섭하다』 는 투였다.
5월 중공 민항기사건때는 한발짝 더 나아가 「한국이 이 사건을 계기로 대중공관계개선의 돌파구를 열었으면 하는 모양인데 꿈꾸지 말라」는 도가 지나친 충고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손천근씨사건을 보도하는 이곳 언론계의 시각은 자유중국의 한국에 대한 「희망과 현실의 거리」를 어느정도 밀도있게 느끼는 것 같다.
중국시보는 『비행기송환에 관한 한·중공간의 교섭가능성이 결코 헛소리가 아니다』고 보도했다.
또 연합보는 서울특파원의 14일자 분석기사를 통해 한국이 국제관례에 따라 기체를 처리한다는 것을 「액면이 적히지않은 백지수표」 에 비유했다.
즉 수표의 주인은 한국이지만 금액을 적는 쪽은 중공이라는 것이다.
연합보정치부장이기도한 이 특파원의 분석기사는 『이런 상황에서 자유중국외교부와 주한자유중국대사관이 무력감을 느끼느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고 결론 맺고있다.
14일자 중국시보는 『자유중국사람들이 자유중국과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고 하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이란 말이냐」며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고 서울발로 전했다.
따라서 설육기자유중국 대사는 한국외무당국과 교섭할 때 「형제지방」대신에 「이중구동」(다른 것 가운데서 같은 것을 찾는다) 의 외교태도를 견지한다는것.
얼마전까지만해도 자유중국의 언론이 한국을 동병상련의 반공국가로 아주 막역한 친구로만 보았으나 이제는 한·자유중국양국이 처한 사정과 기본방침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두터운 현실의 벽을 절감하는것 같다.
그러나 13일 한국정부의 손씨문제에 대한 처리방침 발표이후 이곳 언론들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면서도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14h일자 연합보사설은 『반공은 공산주의와 타협할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간접의 적인 중공과 접촉하려는 것은 대한민국에 절대 이로울 것이 없다. 한국이 자업자득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기 바란다』 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도 이곳 언론들이 한국의 입장과 방침을 충분히 이해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대북=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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