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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제공항의 입지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추진중인 새로운 국제공항건설계획은 점증하는 항공교통 수요에 비해 현재의 김포공항이 제구실을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미 타당성을 인정받은바 있다.
이번에 정부가 민정당에 제출한 국제공항 건설계획은 그 동안의 검토를 일보 전진시켜 수도권지역 11개소를 후보지로 삼고 85년 착공, 9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있어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우리는 국제공항의 운영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어 새로운 공항의 건설과 관리에 큰 장애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동안 시설이 빈약한 김포공항에서 빚어진 갖가지 불편을 상기하면 새로운 해외관문에선 이런 전철을 다시 밟지 말아야 한다.
우선 김포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항공기의 이착륙에 적절한 비행장이냐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었다. 제일 큰 결점으로 안개가 자주 끼는 지형에다 휴전선과 너무 가깝다는 점이 거론돼 왔었다.
새로운 국제공항의 건설후보지가 모두 수도권 남부로 거론되고 있어 일단 안보상의 위해가능성은 제거된다하더라도 이착륙에 적절한 지형 선택은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아울러 수도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이냐가 문제가 된다. 서울도심과 김포공항과의 거리가 16㎞인데 비해 외국의 공항은 좀더 멀리 떨어져 있다. 뉴욕의 케네디 공항과 파리의 드골공항이 23㎞로 아주 가까운 편이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공항은 반드시 수도권에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서울과 그 주변도시가 팽창하는 추세에 있음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다소 거리가 멀다고 하더라도 먼 장래를 내다보는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항의 수용능력과 시설규모를 어느 선에서 잡느냐 하는 문제다. 이것은 항공기와 여객, 화물의 증가추세를 감안하고 미래의 한국이 세계항공교통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김포공항을 조금씩 확장하는 방법은 새로운 국제공항에선 지양해야 한다. 그런 편법조차 한계에 부닥쳐 김포공항은 여객이 몰리는 날이면 장터를 연상할 만큼 북적대는 민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공항은 외국공항의 예를 철저히 분석해서 신중히 설계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계획중인 새로운 국제공항의 규모로 보아 일단 외국공항과 비교하면 중급공항에 속할 것으로 짐작된다. 91년 완공후의 여객기 이착륙이 연18만회, 통과여객이 연1천21만명이다. 이것은 대공항으로 치는 뉴욕의 케네디공항이 80년에 여객기이용 28만회, 통과여객 2천6백90만명인 것에 비하면 그 절반에 해당된다.
과연 90년대 이후의 한국 국제공항이 이 규모로 쾌적한 여행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일단 의심이 간다. 따라서 건설이후 얼마만에 또 다른 국제공항의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지금부터 완벽한 마스터플랜을 작성해야한다. 공항청사와 활주로를 확장에 대비해 필요한 용지를 미리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물론 건설당시의 자금사정때문에 중급공항규모의 건설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확장에 대비한 여러 대책은 사전에 완결지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공항과 수도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교통량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78년에 개통한 일본의 나리따공항이 도오꾜까지 80㎞거리에 2시간이 걸려 여객들의 불평을 사고있는 사정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국제공항 건설은 공항자체로도 중대한 의미가 있으나 공항과 도시를 잇는 도로망의 건설도 필수적이다.
국제공항의 건설은 우리의 입장에선 새로운 도약을 의미한다. 그것은 세계 어디로나 뻗으려는 한국인의 의지를 담아야 한다. 결코 일시적 방편으로 건설하고 후일 시간과 재산의 낭비를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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