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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획·탐사 공모] 젊은층 "그냥 반미·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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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02년 12월 9일. 연세대 1학년생 김철수(가명.23)씨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미선이, 효순이를 살려내라''주한미군 철수하라'를 외치며 밤을 지샜다.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의 오노 반칙사건, 차세대 전투기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미국 압력설 등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차에 미군 장갑차 사건을 접하자 욱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었죠."

그런 김씨는 2005년 10월 현재 동두천에 있는 미군 2사단에서 보급병으로 일하고 있다.1년여를 복무한 김씨는"밖에서 본 주한미군의 모습과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다.일부 미군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체를 파악하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말한다. 김씨뿐이 아니다. 취재팀이 지난 8월 전.현직 카투사 1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가 군 입대 후 주한미군에 대한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도 76%에 달했다.

반면 취재팀이 같은 기간 건국.서울.연세.중앙.홍익대생 100명을 대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압도적(65명)이었다. 긍정적이라고 밝힌 학생은 26명. 왜 같은 20대 안에서도 이런 시각차가 나타나는 것일까.

고려대 사회학과 장용석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실증적 경험이나 객관적 평가를 통해 '이유 있는 반미, 근거있는 친미'입장을 선택하지 않고 감정적.즉흥적 대응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지역 5개대생 100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주한미군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학생 대부분은 '그냥 싫다''너무 자기들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싫다'거나, 주한미군과 직접 관계가 없는 '한.미 대항 스포츠 경기''부시 대통령'등을 이유로 꼽았다.

긍정적 반응을 보인 학생들도 '원래 좋았다'거나 '주둔하는 것이 그냥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등의 막연한 대답이 많았다.

이런 상황임에도 응답자의 80%는 주한미군 관련 집회에 참여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는 이런 의견들은 하나의 여론이 되고, 이를 일부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하면 다시 대학생을 포함한 일반 대중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근거없는 불신이 증폭되거나 실상이 과장되는 악순환이 생겨나고 있었다.

취재팀이 법무부와 국방부에서 자료를 입수한 결과 일부 언론이 '미군 범죄 도시'로 자주 등장시키는 동두천의 경우 주한미군 1인당 범죄 발생률은 2004년 현재 0.81%로, 오히려 한국군의 1.13%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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