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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들면 추가 금리" 은행들 '패키지 예금'으로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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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보너스 금리를 얹은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아무에게나 금리를 우대해주진 않는다. 2개의 금융 상품을 한꺼번에 사는 고객이 우대 대상이다. 이른바 '교차 판매(cross selling)'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리더스 지수연동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수퍼정기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에 추가로 들면 금리를 연 0.3~0.6%포인트가량 높여줬다. 이에 따라 수퍼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4.1%로, CD의 최고 금리는 연 4.15%로 올라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교차판매가 인기를 끌면서 한 달간 리더스 예금엔 4865억원이 들어왔다"며 "수퍼정기예금.CD도 170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응이 좋자 국민은행은 판매기간을 오는 19일까지로 늘렸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고금리를 내세워 정기예금과 지수연동예금을 패키지로 팔았다. 보름 동안 목표치인 6000억원을 초과하는 6300억원이 몰리자 이달 초엔 비슷한 내용의 '독도지킴이 복합예금'을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대출.예금 등 은행의 8개 상품 중 4개 이상에 가입한 사람을 골라 이들이 정기예금.지수연동예금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을 살 경우 금리를 올려주고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에 '꽃피는 봄이 오면'이란 이벤트를 통해 교차판매의 시동을 걸었다.

은행 영업이 이처럼 바뀌는 것은 예금.대출을 통한 이자 수입보다 상품판매 수수료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각 은행이 최근 새 전산시스템 개발을 마치면서 패키지 상품의 수익성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자 교차판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은 "3000억원을 들인 새 시스템 덕에 한 달씩 걸리던 상품 개발을 2~3일 만에 할 수 있게 됐다"며 "교차판매 등 복합 금융서비스야말로 우리가 갈 길"이라고 말했다.

교차판매는 고객에게도 이익이다. 저금리 시대에 한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연구위원은 "앞으로 교차판매가 폭넓게 제공되면서 은행의 고객별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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