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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송영근의 '하사 아가씨'는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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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육군 3성 장군에다 기무사령관을 지낸 육군 엘리트 출신이다. 그런 그가 국회에서 최근 발생한 군내 성폭행 사건을 두고 ‘40대 남자가 외박을 못한 것이 이런 문제를 야기한 원인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피해 부사관을 ‘하사 아가씨’로 지칭했다. 그는 비난여론에 밀려 사과하고, 군 병영문화혁신 특위 위원직을 사퇴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실언이라기보다 그의 의식구조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전형적인 군 엘리트 출신인 송 의원의 발언은, 현재 ‘일벌백계’ 엄포에도 전혀 바로잡히지 않는 군내 성폭력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특히 최근 성범죄를 일으킨 장성과 영관급은 사관학교 출신의 동기들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엘리트들이란 게 공통분모였다. 군 엘리트들의 안이하고 비뚤어진 성의식이 군기를 위태롭게 하는 것처럼 비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군 1만 명 시대다. 여성들이 전선에 서는 것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와 명예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며, 그들에게 군인은 진지한 인생의 직업이다. 한데 외박 못한 상관이 음험한 눈길로 그녀들을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성욕 때문에 그녀들의 명예를 짓밟는 것에 동정의 여지를 두며 정당화한다면 이런 직업을 어떻게 딸들에게 권할 수 있을 것인가. 군내 성범죄가 빨리 잡혀야 하는 것은 이젠 국방의 의무가 남성의 일이 아닌 남녀 모두의 일이 되어야 하는 시대적 요청 앞에 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군인은 성별에 관계없이 전우여야 한다. 한데 군이 여군과는 한 손 악수만 하라는 등의 땜질식 대책으로 성군기를 잡겠다는 발상부터 한심하다. 여군을 전우가 아닌 여성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야당은 송영근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키로 했다. 국회가 이번 기회에 군의 비뚤어진 성의식을 바로잡고 여군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군 문화를 만드는 데 함께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라도 송 의원에 대해 사과나 솜방망이 처벌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국회 윤리위 처리과정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