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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피서다·바캉스다〃하지만…폭염이기는 산업역군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너도나도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를 찾는 바캉스계절-. 지글거리는 태양과 숨막히는 열파(열파)에 맞서수출과 건설현장에서 더많은 땀을 흘리며 더위와 싸우는 산업전사들은 휴일이없다.
서울의 교통 동맥을 잇는 광속 깊숙한 지하철 공사장, 민족의 웅지가 펼쳐질 올림픽경기 메인스타디움 공사현장, 그리고 한푼의 달러를 더 벌기위해 전생산라인을 가동중인 수출품 생산공장에서 오늘도 숨은 역군들은 흐르는 비지땀쯤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하성공사장>
지하17m.
서울퇴계로 지하철4호선 416공구(시공자 한일개발)길이 1천4백30m의 지하공사장.
서울시내에서 가장 길고가장 어려운 난공사지역으로 알려진 공사장에서 3백여명의 작업반원은 개미처럼 쉬지않고 땅속을 뚫고있다.
머리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과 뿌옇게 흩날리는 돌가루의 탁한 공기, 지하에서 뿜는 습기가 뒤범벅되어 마치 한증막과 같다.
하오2시 공사현장의 기온은 바깥보다 10도이상 높아 섭씨40도.
『시민의 발을 맡았다는 자부심과 무사고로 최대 난공사지역을 돌파한다는 의욕에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온몸을 구슬땀으로 목욕을한 인부 윤대용씨(34·서울신공덕동48의146)의 말이다.
현장소장 김규희씨(51)는 『거미줄처럼 얽힌 상수도관·전화케이블등 지하 매설물의 안전점검에 신경을 쓰다보면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저절로 말라버린다』며 더위와 맞서니 오히려 더위가 피해가는것 같다고 껄껄웃었다.
『바캉스요? 이 공사가 완공되고 지하철이 달릴때 가족들에게 이곳에서 아빠가 일했다는 자랑을 선물로 주면 되겠지요』
착암공 함성필씨(46·경기도파주군)는 앞을 가로막은 암벽에 힘차게 착암기를 들이댔다.

<잠실올림픽 경기장>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메인스타디움안은 사방을 둥글게 둘러싼 스탠드 때문에 바람도 없어 기온이 섭씨40도를 육박하는 찜통.
작업능률과 사고예방을 위해 주간작업만 하므로 이들은 바로 햇볕과 더불어 하루를 보낸다.
작업시간은 상오 7시부터 하오 7시까지.
지난달10일부터 관람석 지붕씌우기 작업이 한창이다.
용접공 김창근씨(29·서울봉천4동881의6)는 『그을은 피부가 벌써 두번이나 벗겨졌지만 웅장한 돔이 하나하나 올라갈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는다』며 열음조각을 가득히 입에 물었다.
철근빔이 달아 살갗에 닿으면 금방 익을정도.
그래도 4백여명의 역군들은 쉬지않고 크레인에 빔을 매달아 지붕을 잇고있다.

<수출산업체>
올들어 경기가 풀리면서 한국수출 산업공단(구로공단)의 3백84개 업체들은 밤낮이 없다.
섬유수출업체인 삼신봉직(대표 강신주·서울가리봉동459의22)의 남녀근로자 1백20여명은 휴가도 반납한채 의류·침구등에 쓰이는 화학솜(누비)을 만드느라 24시간 쉬지않고 비지땀을 흘린다.
작업장의 수은주가 35도를 넘어서지만 가느다란 실들이 바람에 서로 얽힐까봐 선풍기조차 켤수없다.
하루 30kg짜리 대형얼음 5개를 녹여 더위를 이기는것이 고작.
『추석전에 선적을 끝내야하기 때문에 요즈음이 작업피크입니다. 우리가 쉬면 60여개 봉제업체가 모두 쉬게돼 수출에 큰 지장이 오지요.』
공장장 선리제씨(60)의설명이다.
이공장의 올해 수출목표는 2천5백만달러로 벌써 85%쯤 달성됐다.
10년째 이곳에서 일해온 박현숙양(28·생산1과)은 『일에 몰두하며 더위를 이기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고 했다.
회사측은 이에따라 근로자들에게 시간당 8백원의근무수당과 임금의 50%에해당하는 심야근무수당및 휴가비를 별도로 지급한다. <추순균·김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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