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6년간 2만여 대국 살펴보니 … 이창호가 세계 랭킹 1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바둑은 체스와 달리 왜 일찍이 서양에 전파되지 못했을까. 카드와 마작 같은 중국의 발명품들은 화약 등과 함께 14세기 유럽에 전해졌다.

이처럼 실크로드를 통해 많은 것들이 서양에 전파되었음에도 바둑만은 왜 몽골.티베트.네팔 선에서 멈추고 말았을까.

네덜란드의 사회학 박사 테오 반 에스의 설명은 간단하다. 바둑이 상류층 사람들의 놀이였고 이들 상류층은 중국의 경계선을 넘어선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둑은 학자나 고위 관리 등 상류사회의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야만족으로 여기는 서양인의 언어를 배우거나 외국인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사대부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외국인들이 바둑을 배우기는 아예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덴마크에선 4세기께의 것으로 보이는 돌과 판의 일부가 발견되었다. 이런 식으로 바둑 용구는 서양에 전달되었지만 바둑이 어떤 게임인지 아는 사람은 그곳까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바둑학술대회가 20일 명지대 용인캠퍼스에서 시작됐다. 미국.영국.네덜란드.체코.중국.한국 등 12명의 학자가 바둑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체코의 핵물리학자로 국립과학원 연구원인 알레스 채플리는 유럽 바둑 랭킹을 동양권보다 훨씬 먼저 만들어낸 이 분야의 전문가. 그는 'ProGoR'라는 자신의 랭킹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는 1979년에서 2004년까지 26년간 두어진 2만1803번의 대국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에 따르면 세계 랭킹에서 1위는 이창호 9단, 2위는 이세돌 9단, 3위는 장쉬(張) 9단, 4위는 구리(古力) 9단, 5위는 최철한 9단으로 나온다.

이 시스템에는 유명 기사마다 자신이 최고 전성기에 달했던 시기와 그때의 점수가 측정된다.

이창호 9단은 96년 2월에 3033점을 기록,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라 있고 2위는 95년 11월에 2986점을 기록한 조훈현 9단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2005년 7월 현재의 랭킹에선 1위가 2940점의 이세돌 9단이고 2위가 2점 뒤진 이창호 9단으로 나온다(한국 랭킹에선 1위 이창호, 2위 최철한, 3위 이세돌의 순서).

현재 중국 랭킹, 유럽랭킹, 한국 랭킹등 저마다 랭킹을 갖고 있지만 세계 랭킹이 없는 현실에서 채플리의 랭킹 시스템은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김진호 국방대학교 교수와 정수현 명지대 교수는 '덤 6집반은 적정한가'라는 논문에서 5집반의 경우 흑의 승률이 55%이던 것이 6집반에선 47.2%로 떨어져 흑의 유리함이 사라지고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나타났음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또 영국의 유명한 바둑 저널리스트인 존 페어벤은 바둑 출판의 역사와 서구의 바둑 출판에 대해서, 명지대 바둑학과의 남치형 교수는 바둑 세계화의 전제 조건인 한국.중국.일본의 바둑룰 통합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각각 제시한다.

이외 영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해리 펀리, 미국의 공대교수 데이비드 도셰이와 번역가 제임스 데이비스 등이 참여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