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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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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밤 12시까지 야근을 하다 파김치가 돼 퇴근하는 순간, 쌓인 업무에 여름 휴가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던 순간, 육아 휴직을 받기 위해 부장 눈치만 보다 결국 말도 못 꺼냈던 순간…. 아마 상당수 직장인은 한번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내가 학교 선생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살벌한 회사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일정한 출퇴근 시간과 방학이 보장된 교직은 '꿈의 직장'이다. 그래서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때려치우고 교직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교직은 진입하기 까다로운 직종이다. 단순히 시험만 보면 되는 게 아니라 특정 교육과정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교직 입성에 성공한 두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충분히 가치 있다=초등임용시험 합격 최은숙(32.여.사진)씨.

일반 대학을 나온 나에게 초등 교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졸업 후 유명 외국계 회사에 3년간 다녔는데 외환위기가 터지고 명예퇴직 붐이 일면서 처음 교직을 생각하게 됐다. 여기저기 알아봐도 다시 수능시험을 친 뒤 교대에 입학하는 것 외엔 길이 없었다.

직장에 사표를 내고 1999년 2월 서울 노량진 재수학원 종합반에 들어갔다. 학력고사 세대라 수능 시험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7~8세 아래인 학원 친구들로부터 시험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었고, 슬럼프에 빠질 때쯤 도움을 받으며 이겨낼 수 있었다.

사실 입시 공부보다 4년간의 교대 교육과정과 임용시험이 더 빡빡하고 힘들었다. 일반 대학과 달리 모두 한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라 경쟁이 치열했다. 미술.음악.체육 등 여러 과목을 익혀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임용시험에 합격, 지금은 서울 공항동 송정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처음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공군장교인 남편은 한사코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랑스럽다"며 오히려 대견해 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출근할 때 네 살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오후 5시쯤 퇴근할 때 데리고 간다. 그 시간을 어긴 적이 거의 없다. 주부 교사들이 대부분이니 이렇게 육아 때문에 '칼 퇴근'을 해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다. 방학이 좋은 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도 회사 일에 지친 대학 후배들을 보면 주저 없이 교직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 그 길이 험하고 길지만 지금의 나의 삶을 보면 "충분히 감수하고 도전할 만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 눈치보지 말고 소신껏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중등 임용시험 합격 한수연(28.여)씨.

2001년 대학을 졸업한 뒤 들어간 첫 직장은 일본계 항공사였다. 일본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밤낮.주말 없이 일하는 삶을 견디기 힘들었다.

학교 다닐 때 교원자격증을 따놓은 터라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중등 임용시험을 준비했다. 어문계열 전공자의 경우 정원의 10% 정도 교직을 수강할 수 있는데 4학년 때 교생실습까지 마치면 임용시험을 치를 수 있는 교원자격증이 나온다. 사범대 출신이 아니어서 임용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일 년 동안의 시간 계획을 어떻게 짤지, 무슨 교재로 공부해야 할지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자문했다. 3월부터 8월까진 이론을 정리했다. 집이 경기 분당이라 일주일에 하루만 노량진 학원에 가서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교육학은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9월부터는 노량진에 원룸을 얻어 학원에서 문제풀이 강의를 들었다. 11월엔 모의고사를 여러 번 치렀다.

학원에 있으면 여러 소문이 나돈다. '올해는 무슨 과목을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국가유공자 가산점을 적게 주는 어느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는 따위다. 그러나 대부분 유언비어로 판명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확실히 정해 소신껏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글=김필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공립학교 교사 되는 법
수능봐서 교대 입학
교육대학원 등 진학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임용시험을 치러야 한다. 각 시.도 교육청별로 주관하는데 응시하기 위해선 사전에 교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이는 교대.사범대 등 교육 관련 대학에서 일정 요건을 갖추고 졸업한 경우에만 주어진다.

◆ 초등학교 교사=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 13곳이 있다. 서울교대.부산교대 등 전국의 교대 11곳과 이화여대.한국교원대의 초등교육과다. 직장에 다니다 교대를 입학하려면 수능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 교대에 편입하려면 중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편입 시험은 매년 1월 시행되는데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올해 시험 때는 595명을 선발하는 데 1만5228명이 지원해 25.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형은 보통 '논술-교육학-이전대학 학점'으로 이뤄지며 영어 시험을 추가로 보는 곳도 있다.

◆ 중.고교 교사=사범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중.고교 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방법은 ▶사범대 재입학▶사범대 편입▶교육대학원 진학 등 세 가지다. 역시 사범대 입학을 위해선 수능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하며 학교별로 면접.논술 등을 봐야 한다. 사범대 편입학의 경우 일반 편입은 대학 2학년 이상 수료, 학사 편입은 4년제 대학 졸업(또는 예정)일 경우 출신학과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보통 '영어-이전 대학 학점-면접' 등으로 진행된다. 편입학 모집인원과 전형일은 시험 한 달 전쯤 확정되므로 대학 홈페이지를 수시로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 교육대학원은 교사 자격증이 나오지 않는 학교도 있으므로 확인한 후 지원해야 한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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