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우석 교수 "당뇨·녹내장 등 치료법 우선 연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사진왼쪽부터 제럴드 섀튼·안규리·이언 월머트·황우석·로버트 클라인·로버트 골드스타인·크리스토퍼 쇼. 사진:무역협회 제공

"줄기세포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등 각종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희망이다."(제럴드 섀튼)

"줄기세포 연구는 향후 한국 경제의 주요 축이 될 것이다."(로버트 클라인)

"5년, 10년 안에 상용화될 수 있는 줄기세포 이용 치료법이 등장할 것이다."(이언 윌머트)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 안규리 교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에든버러대 의대 이언 윌머트 교수, 황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 등 전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최고 권위자들이 18일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5 서울 바이오메디 심포지엄'에서다. 이들은 "초기 줄기세포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한국이 앞으로의 연구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포지엄은 주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 황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의 첫 임상이 어느 질환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면서 "다만 임상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녹내장.척수마비.파킨슨병.당뇨 환자 등을 우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척수마비 등은 황 교수가 예전부터 치료법 개발을 위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해마다 90만 명 이상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인 녹내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가 임상에 적용되는 시점에 대해선 "임상시험 돌입 시점을 10년 후로 보고 있다"며 "동물실험도 4~5년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황 교수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의 공동 저자였던 섀튼 교수는 "황 교수와 함께 줄기세포를 이용한 에이즈 치료법 개발도 연구 중"이라며 "줄기세포의 응용 범위는 앞으로 계속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 투자금융 컨설팅 회사인 클라인 파이낸셜의 로버트 클라인 대표는 "1970년대 캘리포니아주에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할 때 반대하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장 큰 일자리 창출원 중 하나가 됐다"며 "이처럼 한국의 줄기세포 사업도 향후 몇십 년 안에 경제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인 대표는 현재 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소가 진행 중인 줄기세포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실용화 시기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윌머트 박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법이 먼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5~10년 안에 상용화될 수 있는 기술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질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의대 크리스토퍼 쇼 교수는 "줄기세포로 각종 신경세포를 만들어 루게릭병이나 파킨슨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윤리 문제'에 대해 섀튼 교수는 "아이들이 일찍 죽는 것을 '운명'으로 여겼던 50여 년 전 일부 사람은 소아마비 백신 접종에 대해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반대한 적이 있었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