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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화물차 … 출혈 경쟁 … 파업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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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경북 김천덤프협의회 소속 덤프트럭 운전기사들이 김천 직지천 둔치 주차장에 차를 집결시켜 놓은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덤프연대는 13일부터 파업을 시작해 18일 현재 3000~4000대의 차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천=연합뉴스]

화물연대가 파업 찬반투표에서 또다시 파업을 결의했다. 이번 결의가 파업으로 이어지면 2003년 5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파업이 된다.

구체적인 파업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사업자와의 대화에 큰 진전이 없는 한 파업 돌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물연대 측은 "이대로는 더 이상 먹고살기 힘들다"며 각종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추가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팽팽한 양측 입장=화물연대는 운송료 현실화를 가장 큰 요구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화주들이 지급하는 운송료가 유가 급등, 도로 통행료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에 대해서는 유가 인상에 따른 유가보조금 현실화에 이어 면세유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와 할인시간대 확대도 요구사항에 포함돼 있다. 과적을 강요하는 화주들 대신 운전자가 주로 처벌받는 현재의 과적단속 규정도 바꿔달라는 요구도 있다. 덤프연대와 레미콘노조는 화물차 수준의 유가보조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등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박정희 물류산업팀장은 "운송료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며 "면세유도 세수 확보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 때문에 수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덤프트럭의 경우 관급공사에서는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에까지 유가보조금 지급을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정부는 최근 화물연대와의 협의 과정에서 ▶운송료 어음지급 관행 개선▶생계지원형 유가보조금 가압류 제한▶불법 다단계 단속▶과적 관련 처벌규정 개정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직접적인 지원책은 없는 셈이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가결로 사실상 이 방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2003년 파업할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가 제시하는 개선방안도 근본적인 치유책은 못 된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달 10일 화물연대 조합원이 부산에서 세무서의 유가보조금 압류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한 것도 큰 자극이었다.

◆ 왜 반복되나=전문가들은 파업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공급 과잉에서 찾고 있다. 화물차나 덤프트럭이 적정 수준보다 많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 화물차주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싼값에라도 운송을 하고, 화주들은 구태여 운송료를 올려주지 않고도 물건을 보낼 수 있다.

정부는 화물차의 수를 줄여보기 위해 2004년부터 면허제를 도입했다. 그 이전에는 등록제였다. 그러나 이미 화물차 시장에 진입해 있는 차량은 그대로 남아 있어 근본적인 수급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전국의 1t 이상 화물차는 35만 대 수준으로 이 중 3만~4만 대가량이 공급 초과라는 분석이다. 덤프트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만여 대의 덤프트럭 평균 가동률은 52%에 그치고 있다.

◆ 향후 전망은=정부는 "파업이 가결됐어도 대화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측은 "그동안 정부와의 대화에서 성의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화물연대는 19일 비상 확대간부회의에서 향후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즉각 전면파업에 들어가는 안과 단계적인 투쟁에 들어가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단계적인 투쟁을 택할 경우 11월 예정된 APEC 회의를 겨냥한 단체행동도 고려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전체 화물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나 과거처럼 항만이나 물류기지 등의 입구를 차량으로 봉쇄하고 다른 차량의 운행을 방해하는 방식을 쓸 경우 화물운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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