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항공 서비스 고급화만이 살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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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8일 '2005 서울 에어쇼'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성남 비행장. 대한항공이 2008년 들여올 초대형 여객기 A380 모형 공개행사가 열렸다.

A380 기내 인테리어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던 조양호(사진) 대한항공 회장이 불쑥 "여기에서 승객들이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라고 취재진에게 물었다. 최근 들어 부쩍 기내의 고급화를 강조하는 조 회장은 "기내에 카지노를 세울 수도 없고 또 볼링장은 만들수 있으나 타산이 맞지 않는다"라며 질문을 던졌다.

A380은 최대 550석을 갖출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500석만 놓을 예정이다. 남는 공간에 미니바.샤워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는 방안을 궁리중이다. 조 회장은 "고급화만이 세계 항공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승객에게 더 쾌적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변화의 바람을 세게 불어 넣고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된 형제간 계열 분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제2 도약 발판을 놓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A380 비행기 도입도 조 회장의 야심작 중 하나다.또 A380과 B787 등 차세대 항공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장거리 항공기에 인체공학적 좌석과 기내 인터넷 등을 차근차근 갖춰 나가고 있다. 조 회장은 "고객을 기다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최고 항공사가 되려면 모든 부문에서 최상의 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조 회장은 변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세계 항공산업은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자"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내세운 경영 목표는 2010년까지 국제 여객 부문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로 전열을 재정비했고 2015년까지 모두 10조6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위상은 국제 여객 15위다. 국제 화물분야는 올해 1위로 올라섰다. 조 회장은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절실한 과제다. 변화의 바람을 역풍 또는 순풍으로 바꾸는 것은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창립 35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유니폼도 바꿨다. 이 유니폼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조 회장은 한국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14~15일 주한 외교사절을 제주도로 불러 관광지와 전통마을을 둘러보게 했다. 이 행사는 올해로 벌써 네번째 열린다. 그는 최근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월례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한다.재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는 그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글=이철재,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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