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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가 뒤흔든 "디베니트게이트"|말 잔치로 끝날 기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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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 한달동안 워싱턴정가를 뒤흔들어온 속칭 디베이트게이트사건은 태산명동서일필식으로 사그라져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있다. 즉 80년 선거전 당시「레이건」진영이 정치스파이활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단서다. 또 「레이건」측근까지 끼었다는 섹스테이프사건도 발설자인 「스타인버그」변호사의 횡설수설로 최근들어 동부쪽 여론의 관심을 거의 끌지못하고 있다. 디베이트사건은 「레이건」진영이 조직적으로 정치스파이사건을 벌였다는 증거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레이건」영에 「카터」의 선거 전략에 관한 정보를 흘려준 이른바 「두더지」가 「레이건」쪽에서 의도적으로 박아둔 밀정인지 「카터」진영내부 인사인지조차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사건에 과연 범법행위가 개재되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범법행위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윤리적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데 미국의 통상적인 선거분위기로 봐서 그정도의 윤리문제는 별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닉슨」의 사임을 몰고온 워터게이트 사건은 처음부터 두 가지 중요한 위험요소를 안고 있었다. 첫째는 사건초두부터 민주당선거사무소에 첩자가 침입했다는 하나의 불법행위가 있어 조사의 구체적 대상이 있었고, 둘째 이 침입사건과 백악관사이의 관련성을 은폐하려는 공작이 있었다. 결국「 닉슨」대통령은 이 불법행위가 백악관의 사주에 의한 행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사임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몰렸었다.
그러나 최근의 디베이트게이트사건에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런 두 가지 위험요소가 모두 없다.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았고 은폐하러는 인상도 없다. 「레이건」대통령은 사건을 은폐하러 한다는 인상을 씻기 위해 여러번 참모들에게 FBI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를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만약 자기 참모중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나타나면 해임시키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두 사건간의 차이 때문에 민주당 일부에서는 디베이트 게이트가 자칫하면「레이건」대통령의 84년 선거전망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있다.
그런 우려는「레이건」참모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어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에서 「레이건」대통령이 관련 참모를 수명 또는 백악관참모전원을 경질하고 새 출발을 한다면 「레이건」대통령의 결백성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이미지 쇄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처음부터 이 사건의 확대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민주당의 원로 「오닐」하원의장이 최근 「앨버스타」하원윤리소위 위원장의 디베이트 게이트조사활동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우려에서 비롯되는 것같다.
「오닐」의장은 괜히 이 사건을 확대해서 정작 민주당측 공격대상이 되어야할 「레이건」 행정부의 실책들이 디베이트 게이트사건 조사의 그늘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카터」전대통령도 동경에서 이 사건이 「레이건」의 재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생각은 국민들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ABC텔리비전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거의 60%가 디베이트 게이트는 다음선거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큰 이슈로 취급되는 것이 온당하다고 믿는 사람은 30%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범법행위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거나 「레이건」대통령자신이 이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사건이 「레이건」대통령의 재선에 큰 타격이 되지는 않으리라는 결론을 가능케 해준다.
그러나 일단 그런 결론을 받아들인 테두리 안에서는 디베이트게이트가 「레이건」행정부에 계속 난처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은 지나칠 수는 없다.
가장 두드러진 증거는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출마 선언이 늦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백악관측근들은 적어도 이사건이 계속 신문에 대서특필되고있는 동안에는 재선출마 표명을 하는 것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출마선언은 이르면 가을, 늦으면 12월 쯤으로 미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의 압력은 이 사건을 계기로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 내분의 조짐이 일고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백악관에는 「월리엄·클라크」안보담당보좌관을 필두로 「미즈」고문, 「케이시」CIA(중앙정보국)국장으로 이어지는 골수 보수파세력과 「제임즈·베이커」참모를 필두로 하는 실용주의파가 늘 팽팽하게 대결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골수보수파 세력은 「베이커」일파에 디베이트게이트사건의 책임을 지워 몰아내려고 하고 「베이커」는 「베이커」 대로 「케이시」를 몰아내고 자기가 CIA국장직을 맡으려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와같은 내분이 신문에 보도되자 「레이건」 대통령은「베이커」참모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하는 한편 재선출마 준비작업에서 「베이커」를 선거본부와 백악관의 중재관이란 중책을 맡길 의사까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레이건」대통령의 태도표시로 백악관내의 내분설은 일단 잠잠해졌다.
그러나 디베이트게이트 사건이 더 확대되지 않고 현수준에서 흐지부지될 경우 「카터」의 브리핑문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한 「베이커」가 속죄양으로 밀려나갈 가능성은 남게 된다.
이렇게되면 백악관의 이념적 구성이 골수보수파 일색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현재 관심이 약간 수그러지긴 했어도 디베이트게이트 사건에 대한 언론의 추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사건을 시종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해온 워싱턴 포스트지의 편집국장 「벤·브래들리」는 언론의 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건전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게 분명하다.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한 우리기자는 이 사건을 추적할 것이다』 .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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