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이색 공장들] 사랑의 단팥빵 공장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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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모든 제품마다 우리의 충성심이 깃들게 하자'라는 구호가 붉게 적힌 평양 만경대 구역의 제2식료공장. 입구에 김일성.김정일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는 공장 단지 한편에 '통일빵 공장'이 들어섰다.

'통일빵 공장'은 남한에서 지원한 설비와 재료로 평양 어린이들이 먹을 빵을 생산하는 곳이다. 약 150평의 공장에서 2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씩 빵을 생산하고 있다. 발효실.오븐 등의 시설은 ㈜삼립식품에서 후원했고 다달이 들어가는 1000만원어치의 원료는 한국복지재단의 후원자들이 제공한다.

평양 인근의 육아원.보육원 10여 군데에 공급되는 단팥빵은 하루 5000개. 주로 부모 없는 4~8세의 아이들이 5개월째 빵을 제공받고 있다. 한국복지재단의 이광문 실장은 "빵을 공급하기 전 평양육아원에 가보니 수제비.분유 등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며 "이제는 남측에서와 똑같은 재료로 평양에서 빵을 만들어 5000명의 아이가 한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복지재단은 지난해부터 빵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발생,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파동 등으로 늦춰졌다. 공장의 구창호 총지배인은 "빵을 나눈 것을 계기로 조국 통일을 하루 빨리 이루자"고 소감을 밝혔다.

평양=김호정 기자

비밀리에 담배공장
영국계 담배회사 BAT 북한 내수용으로 생산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4년째 비밀리에 북한에서 담배공장을 가동 중이라고 영국 가디언지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BAT가 인권문제가 심각한 북한과의 합작으로 인권을 무시하는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BAT는 2003년에도 미얀마 독재정권과 합작으로 4년간 담배공장을 운영하다 영국 정부와 인권단체의 압박으로 철수한 적이 있다.

신문에 따르면 BAT는 2001년 9월 북한의 국영기업인 조선소경무역회사와 합작으로 평양에'태성 BAT'를 세웠다. 직원은 200명이며 현재 연간 20억 개비를 생산하고 있다. BAT는 이곳에서 생산된 담배는 전량 북한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BAT는 합작회사에 710만 달러를 투자해 6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신문은 BAT가 회계보고서에 이 공장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주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AT 측은 "평양 공장은 BAT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 회계보고서에 언급할 정도도 못 된다"고 반박했다.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그 나라의 국가운영 방식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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