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8) 제79화 육사졸업생들(220)이동외과병원 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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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군 이동외과병원 (원장 이형수중령) 이 붕타우에 배치되어 있을 당시만해도 월남의 전세는 전면적의 92%를 베트콩이 장악했다는 말이 사이공정가에서 떠들정도로 사면초가였다. 이러한 상항속에서도 이동외과병원 요원들은 개원준비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진행돼 64년10월10일 붕타우 하늘에 처음으로 태극기가 게양되고 이동외과병원의 역사적인 개원 테이프가 끊어졌다.
개원식에 참석했던 「웨스트모얼랜드」주월미군사령관은 병실문의 손잡이가 반들반들하게 빛을 내는 것을 보고『이렇게 도어 손잡이까지 윤이 나도록 닦는 한국군의 부지런함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군요』하면서 격찬했다고 들었다.
환자는 개원 첫날부터 밀어 닥치기 시작했다.
외래환자만도 하루에 3백명이 넘었고 병원안은 아래 위층할것 없이 입원환자로 초만원을 이뤘다.
당초 60베드규모로 병원을 개설키로 했었으나 바로 이웃에 자리잡은 월남군야전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까지 우리병원으로 몰래 숨어들어와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야전침대를 철제침대 사이 사이에 놓게돼 병실은 4백배드로 늘어나 정원을 몇배나 초과했다고 한다.
이동외과병원이 붕타우에 주둔한지1개윌이 지만 어느날 한 군의관이 붕타우시장근처를 지나가다 월남인들에 붙들려 어느 민가로 끌려갔다.
이군의관은 베트콩에 납치된것으로 착각하고 겁을 잔뜩 집어먹고 탈출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자기들끼리손깃 발짓을 하며 군의관을 방안으로안내했다.
알고보니 이집 주인아들이장티푸스애 걸려있는것을 고쳐달라는이야기였다.
그래서 그집아들을 병원으로 옮겨 깨끗이 치료를 해주었다는것이다.
한번은 월남군 1개대대가 붕타우 인근 빈자지구전투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해 목숨만 겨우 건진 1백여명의 부상자들이 이동외과병원에 몰려들었다. 특히 이들 환자중에는 복부관통상을 입은 베트공 장교도 끼여있었다. 이 베트콩장교는 출혈이 심해 빈사상태였지만 의료진의 대수술과 수혈덕에 다음날 새벽 겨우 의식을 회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치료를 받고있는 병원이 한국군병원인것을 알고는 입을 다문채 물도 먹지 않고 수사를 거부하다가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이 4일간이나 붙어 앉아 극진히 치료해주자 말문을 열었고 퇴원할때는 눈물을 흘리며 『까몽』 『까몽』 (감사합니다)을 연발했다고 한다.
이동외과병원의 명성이 이처럼 높아지자 월맹의 하노이 방송은 북괴에서 파견된 아나운서를 통해 한국어방송 을 개시하면서 한국군을 비방하기 시작했다.
『미군의 학대에 견디다 못한 주린한국군사병들이 붕타우 해안을 탈출, 부산으로 달아났다』 고 허위선전을 일삼는가하면 『미군의 앞잡이인 군사원조단 단장 이형수중령을 죽여라』는등 선동도 서슴지않았다.
이같은 중상모략을 받으면서도 의료진이 한결같이 성실히 진료업무를 수행하자 붕타우뿐 아니라 월남전역에서 「따이한 박시」 (대한의사) 의 인기가 날로 높아갔다.
월남인들은 길거리에서 한국군을 보면 무조건 『태권도』아니면『따이한 박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동외과병원장병들은한·미·월군사실무약정에 따라 월남정부로부터 안남미 7백g과 설탕·간장·식용유·차(다) 등을 지급받고 부식비는 주월미군사령부(US MACIV)로부터 1인당 하루 1달러씩 지급받도록 돼있었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형수중령은 미군들이 실제로 받은 하루 부식비가 1달러10센트씩이라는것을 뒤늦게 알고 사이공 US MACIV를 찾아갔다고 한다.
「웨스트모얼랜드」사령관을 만난 이중령은「미군과 같은 대우」를 하겠다던 약속이 틀리지 않느냐고 따졌다.
「웨스티」 (「웨스트모열랜드」 장군의 애칭) 는 이중령이 부식비인상을 워낙 고집스럽게 들고나오자 그자리에서 미군 보다 10센트 많은 1달러20센트씩 지급하겠다고 약속, 한동안부식비가 인상되었었다.
그러나 그후 우리 비둘기 부대와 청룡부대가 파월될 무렵 주월미군사령부 군수담당자는 「웨스티」 가 이중령의 간청에 못이겨 예산에도 없이 부식비 1달러20센트로 인상해 주었던것이라면서 엉뚱하게 우리 전투부대에 지급되는 부식비를 10센트씩 공재해야겠다고 나오는 바람에 이동외과병원장병들의 부식비는 미군수준 (1달러10센트)으로 환원되는 촌극도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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