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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망명자…적절한 대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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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탁장인(35)등 중공여객기 납치범들은 검찰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자신들의 행위가 정치적 망명임을 강조하면서 6·25때 중공개입으로 타격을 입은 반공국가인 한국에 비상착륙해 자수하면 대만으로 곧 송환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검찰과의 일문일답 내용과 공판정의 이모저모.

<일문일답>
◇탁장인 (35·중공료령생물자국설비공사 차량계획원)
-권총은 어디서 구했나.
▲권총은 강홍군과 안건위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실탄은 내가 구했다.
-온도조절기에 권총과 실탄을 넣었다던데.
▲그렇다.
-탑승 후의 행동계획은.
▲내가 총지휘하기로 했으며 강과 안이 권총으로 위협하고 고동평 등 2명은 객석에서 승객을 감시하기로 했다.
-탑승절차와 기체안에서의 위치는.
▲상오 7시30분 공항에 도로차 문을 부수고 들어갔
착, 8시쯤 검사대를 통과해 탑승했으나 기체고장으로 8시30분 출발 예정인 비행기에서 내렸다가 10시30분쯤 재탑승, 10시47분쯤 이륙했다. 기체안에서는 왼쪽창문으로부터 6명이 순서대로 앉았다.
-지금 말하는 것은 모두 북경시인가.
▲그렇다. 한국시간은 북경시보다 1시간 빠르다.
-이륙후 납치행동개시까지는 무엇을 했는가.
▲고도3천m(1만피트) 지점에 이르자 좌석 밑에 넣어둔 온도조절기에서 권총과 실탄을 꺼내 강과 안에게 건네주었다.
-행동개시는.
▲비행기가 대만상공을 통과할 때 강과 안이 위협 공포를 발사하고 조종석 자물쇠를 부수려 했으나 부서지지 않아 내가 3차례 발
다.
-조종실 진입후 행동은.
▲승무원들이 목봉(木棒)과 도끼를 들고 반항해 이를 피하며 위협발사를 했는데 그것이 왕영창의 다리에 상처를 입혔다. 당시 도끼로 어깨를 내려찍으려 했기 때문에 총기발사는 불가피했다.
-그후 기장과 부기장에 대한 행동은.
▲기수를 동쪽으로 82∼87도 돌리라고 지시했다.
-평양상공인줄 어떻게 알았나.
▲중공서 북한영화를 상영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바로 북한지역인 줄 알았다.
-그때 부기장에게 어떻게 했나.
▲평양이니 서울로 가자고 했다.
-서울로 가지 않으면 살해하려 했나.
▲말은 죽인다고 했으나 단순히 위협한 것 뿐이다.
-납치한 비행기가 어떻게 한국에 도착했나 (통역이 잘 안된 듯 통역이 2∼3차례 문의).
▲북경시간으로 하오 1시쯤 한국영공에 다다랐을 때 비행기 6대가 돌연 출현해 전후좌우에서 선회했다.
-그때 승무원에게 착륙하라고 했나.
▲조종사가 이곳이 한국 지역이라고 해 내렸다.
-자진해서 내렸나, 비행기유도로 내렸나.
▲자진해서 내렸다.
-조종실 밖의 승객과 승무원은 어떤 상태였나.
▲본인은 조종실 안에 있어 객실실정을 몰랐다.
한국도착 후 자진해서 비행기에서 내리고 권총도 반납했다.
-대만으로 가려던 이유는.
▲중공정치에 불만을 품어와 진정한 민주정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려했나.
▲독약을 준비했었다. 실패하면 음독자살하려 했다.
-권총·실탄 등은 사전에 허가없이 갖고 왔었나.
▲출발때 실탄은 모두 72발이었으나 도착할 때 61발뿐이었다.
우리의 행동은 반공의 표시였다. 반공국가인 한국에 오면 지지를 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두달이 넘도록 감옥에 가둬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본인은 무고이며 무죄다 (이때 재판부에서 중단할 것을 지시. 그러나 탁은 손을 내저었고 목소리를 높이며 계속 진술했다).
◇고동평(28· 요령생물자국기전공사 통계원)
-중공서 하던 일은.
▲물자조달에 따른 통계업무를 보고있다.
-다른 피고인들과의 관계는.
▲탁장인은 동지이자 직장동료이며, 다른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알게됐다.
-탈출에 필요한 항공요금 등 경비를 탁장인에게 지불한 일이 있었나.
▲그렇다. 5백원 (중국화폐단위)을 주었으며 그 돈은 내가 모은 것이다.
-온도조절기 3개와 탁장인의 손가방을 들고 비행기에 오를 때 그 속에 권총과 실탄이 들어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는가.
▲몰랐다. 비행기에 오른 뒤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에 알게됐다.
◇오운비(33·광동생광주시 물자구매원)
-이번 납치계획은 누구의 제의로 가담했나.
▲광주에 일보러 갔다가 알게 된 왕염대를 통해 탈출계획을 알고 가담했다.
-권총을 숨긴 온도조절기는 왜 고피고인이 갖고 탑승했는가.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휴대하는 것이 검사대 통과시 쉬우리라고 생각했다.
◇강홍군(23·심양시체육학원보위처보위원)
-중공서 하던 일은.
▲체육학원의 치안유지와 무기관리·민법훈련을 맡았다.
-구체적인 납치계획은.
▲나와 안이 중공 돈 2백원을 탁에게 주어 비행기표와 실탄을 구하도록 했다. 권총은 나와 안이 보위처보위원으로서 평소 갖고있던 것이다.
-언제 납치할 결심을 했나.
▲지난 3월 친구인 안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왕·오·고는 사건 당일 처음 만났다.
-조종실 점거 후 승무원 2명에게 권총을 쏜 이유는.
▲조종실에 들어서자 승무원 2명이 도끼와 목봉으로 내리치려해 목봉 든 승무원에게 무의식적으로 하반신을 향해 1발을 쐈고 탁이 도끼를 피하다 손가락을 다쳐 위험하다고 생각, 그를 향해 다시 1발을 쐈다.
◇왕염대(27·요령생 환경보호 설비공사 업무원)
-당초 임무는.
▲통신시설 차단이었다.
-범행시작 당시 승객들의 동태는.
▲잠시 놀랐으나 곧 평온을 되찾았다.
-조종실 내의 상황은 알았나.
▲비행기가 흔들려 벽에 부딪쳐 넘어지는 바람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안건위(22·심양시 체육학원 보위처 보위원)
-당초 임무는.
▲권총으로 조종사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임무가 후에 바뀌었는데 그 이유는.

<좌석배치상> 탁과 거리가 멀어 대신 왕이 권총을 받았다.

<공판정 안팎>
○…하오 1시정각 입정한 재판부는 통역을 맡은 노동선교수(외국어대)등 2명에게 『양심에 따라 통역하겠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게했다.
이어 안우만 부장판사는 『지금부터「83고합565호」피고인 탁장인 등 6명에 관한 항공기운항 안전법위반 등 사건에 대한 심리를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즉시 노교수가 이를 중국어로 통역했다.
탁피고인 등은 본적과 주소·직업·나이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서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탁피고인 등은 공소장 부본을 받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통역을 맡은 노교수가 중국어로 다시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이어 하오 1시10분 간여검사인 서울지검공안부 최병국검사가 9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을 7분가량 낭독했다.
○…맨 먼저 버스를 내린 탁장인은 버스계단에 잠시 멈춰서서 보도진들에게 두손을 번쩍들어 보이며 환히 웃는 여유를 보였고 고동평도 계단에 잠시 서서 밝게 웃어 보였다.
이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화교들과 자유중국보도진들은 박수를 치며 이들을 환영했다.
또 자유중국사림교육사업협회 대표단 왕광아씨 등 5명은 가슴에 꽂고있던 『지원 탁장인 등 6의사』라는 명함크기의 표찰을 번쩍들고 격려하기도.
이때 사진촬영을 위해 법정입구에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일시에 몰려 교도관들이 이를 정리하느라 입정이 20여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입구가 혼잡하자 10여명의 사진기자들은 옆건물인 대법원옥상과 입구위쪽 테라스 등에 기어올라가 셔터를 누르는 등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의 피고인들은 면도와 이발을 한 깔끔한 모습이었고 국내피고인들과는 달리 시계를 모두 그대로 차고있었고 신발도 나이키운동화 차림. 고동평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방청석에는 자유중국대사관직원·대북변호인단이 개정 20분전에 입정,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탁피고인 등은 자리에 앉아 뒤를 돌아보며 대북변호인단과 시선이 마주치자 서로 손을 번쩍치켜들어 두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양전모변호사가 재판절차를 갖고 이론을 전개하자 오제도변호사는 「상황론」으로 검찰의 공소취하를 종용.
오변호사는 『중공이 6·25동란 때 개입을 안했다면 우리나라는 통일이 됐을것』이라고 입을 연뒤 『중공군은 우리국군 25만7천명, 유엔군 15만명, 민간인 25만명을 살상한 장본인으로 그곳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찾아 탈출한 피고인들을 공판정에 세우는 것이 안타깝다』고 개탄.
○…하오 1시15분부터 시작된 주범 탁장인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신문은 1시간만인 하오 2시15분쯤 끝났는데 탁피고인은 처음 초조했던 표정에서 시간이 갈수록 얼굴까지 붉혀가며 자못 당당한 모습으로 응했다.
탁피고인은 재판장과 검찰이 발언을 제지하자 격앙된 목소리로 『대륙에 있을때는 건강했는데 구금기간중 동료들의 건강이 나빠졌다』며 옆에 앉아있던 동료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 일으겨 세우고는 『왕은 심장병, 강은 편두통, 안은 고혈압, 나와 고는 저혈압이다』고 소리쳤다.
재판장이 『나중에 얘기하라』고 말리자 탁은 강피고인과 함께 일어선 채 『대만으로 빨리 보내달라』고 손짓을 해가며 소리쳤다.
○…대북율사공회단장 "문환씨(75)는 『한국법원의 공정성을 믿는다. 공판은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공정하게 진행됐다. 한국과 대만은 반공국가이므로 한국국내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 후 이들 6명을 자유중국으로 인도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했다.
○…탁장인은 최병국검사가 다른 5명과의 관계를묻자 강홍군과 안건위는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답변하고 왕염대는 81년 6월 광주에 업무차 갔다가 알게 됐으며 오운비는 왕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탁은 또 자신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는 고동평에 대해선 직장동료라고만 했으며 고 역시 탁을 동지이자 직장동료라고 했다.
강홍군은 탁을 형제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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