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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내용 못지 않게 호헌의지가 중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많은 제혜의원들이 느끼고있는 일이지만 제혜헌법이 그후 여러번 고치고 새로 만들어진헌법들 보다 나은 헌법이 아니었나 싶소이다. 누차 경험한대로 개혁이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수호하겠다는 애국충정에서 보다는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돼 결과적으로는 권력의 강화라든가, 비민주적통치구조를 만들어낸 예가 많기 때문이죠』 제헌국회에서 출발, 6선의원을 역임하고있는 이재형제헌동지희회장(민정당고문)은 제헌절을 맞아 호혜의 절실함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것은 보다 나은 헌법을 갖겠다는 생각보다는 호혜의지입니다. 개헌에는 그토록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국민들이 헌법을 지키는테는 너무 약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때문에 이회장은 얼마전 정국을 뒤숭숭하게 했던 개헌논의의 재연에 각별한 우려를 표명했다.
lIPU이 나왔을때 직감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요.
『제5공화국헌법이 완전 무결하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기에 보다 더 보완해서 나은 헌법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위험한 것이지요. 개헌의 필요성을 아무리 확신하더라도 그럴수록 우리 헌정사를 냉정히 재조명해봐야합니다. 우선 지금은 제5공화국헌법을 지키는 것만이 최선의 헌법을 지니는 국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합니다.』
그럼에도 야권과 재야? 중심으로 정부· 여당의 본심을 의심하는 시각이 있지않습니까.또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고요.
『대통령이 헌법공도식에서 이미 언급했고 또 지난5월 평통자문회의에서 개헌은 필요없다고 거듭 언명하지 않았습니까. 적어도 전두환대통령이나 집권당으로부터 개헌을 발의하는일은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현행 헌법에 불만이 있다고해서 섣불리 가부를 묻자고 나온다면 어리석은 짓이죠. 어떤 이유에서건 이 헌법을 성실히 지키려는 노력 외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lIPU당시의 이상과 그간의 ?정사를 돌이켜 볼 때 반성을 하거나 교훈을 얻어야할 대목들이 많을텐데요.
『50년초 제혜국회에서 제기된 내각책임제개헌의 실패, 그 후 부산피난시절의 발췌개헌,3대국회의 사사오입개헌, 민주당시절의 소급입법을 위한 개헌, 공화당정권의 3선개헌, 제3·4·5공화국에서의 헌법폐기와 제정을 다 보았소이다. 동기야 어떠했든 결과는 민주적 발전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는 빗나간 것이지요. 제헌의원뿐 아니라 국민전체가 반성하고 호혜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해야합니다]
곧 해금이 되고 정국이 복잡해지면 야당쪽에서 개헌논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일부에서 대통령직선제를 들고 나올것 같기는 하나 국민의 의견을 집약하는 책임과 기능을 가진 쪽에서 분명히 거론할 때까지는 논평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다시 한번 못을 박지만 현행 헌법을 지키는것이 제일 좋은 헌법을 갖는 국가와 국민이 되는길입니다. 그밖의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가 없어요』
lIPU총회·정기국회로 금년을 지내고 나면 내년에는 본격적인 선거바람이 불테고 그러면 정국도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작년엔 예산까지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마당에 지난 117회 임시국회가 왜 공전됐는지 이유를 알수없어요. 회기연장이나 상임외 출석거부가 공전의 충분한 이유는 될 수없어요. 더군다나 그후 여야모두의 표정이 공전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공전을가져올 사안이 아니었지 않나싶어요.
선거가 다가오면 여야대립이 더 격화되게 마련인데 아무것도 아닌 일로 국회를 공전시킨것은 뒷맛이 개운찮아요. 여야가 국회기능의 제고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대표위원에서 상임고문으로 물러 앉으신뒤 자주 자문을 받으십니까.
『나의 의견을 묻기보다 어떤일의 경과에 대한 통보랄까, 그런것은 한두번 있었지요. 질문이 적극적이 아니어서 대답도 적극적일 필요가 없었소이다] I대표위원시절보다는 한결 한가하실텐데 소일이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계십니까.
『6월초순 고향인 안양의 시가지 국회정리때문에 선영을 이장할 문제가 생겨 산에도 올라가고 좀 많이 걸었더니 과로가 되었던 모양이에요. 한 2주일 앓아 누웠더니 어깨와 말에 신경통이 생겼어요. 가버운 목 디스크라고 하더군요]
이 때문에 골프도 못하고 안방에 누워 KBS의 이산가족찾기운동을 열심히 보았고 눈물도 줄줄 흘렸다고 했다. 하도 무료해 가벼운 독서를 하려했더니 부인이 독서자세가 치료에 나쁘다고 책마저 치워 요즘은 별로 낙이 없다며 빙굿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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