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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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종합병원이면 어디를 가건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초만원이다. 종합병원의 환자집중현상은 의료보험실시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부각되어 그동안 여러대책이 강구되었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3분진료 받으러 3시간을 기다려야한다』 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서울대학병원의 경우 몇분 동안 진료를 받기위해 몇 달씩 기다리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이처럼 종합병원마다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정작 꼭 진료를 받아야할 응급환자나 중병환자가 전문의의 진료 한번 받지못하고 숨지는 일조차 생기고 있다.
보사부가 보건소나 의원등 1차진료기관을 거치지않고 바로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에대해 진료와 진료비에서 차등을 두려는 착상은 일반의지나친 종합병원 선호경향에 제동을걸기 위한 것이다.
의료수가의 차등적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다. 80년5월 종합병원을 잦는 의료보험 외내환자의 본인부담률을 30%에서 50%로올린 것이 그것이다.
보사부의 생각은 의?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50%에서 70%로 높이고 그대신 1·2차의료기관을 거친 환자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추는것이라 한다.
1차진료기관을 거치지않은 환자를 차별한다는 방침이 환자의 종합병원집중현상을 누그러뜨리는데 열마나 효과를 볼지 알수없지만 시도는 해볼만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종합병원 환자러시현상은 이름있는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믿음이 간다는 일반의 심리말고도 폭발적인 의료수요의 증가에 비해 의사수·병상?가 모자라고 1차의료기관의 인원이나 시설이 빈약한것등 여러이유가 있다.
이밖에 의료보험사무가 복잡하다는등 지엽적인 원인을 들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진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감기나 몸살같은 가벼운 병은 가까운 동네병원에서 진료하고 전문적인 처치를 요하는 범만 종합병원에서 진료토록 하는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현대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전문화.세분화되고 있다. 가령 내과만해도 각장기별로 전문의가 있게마련이다. 간박사가 있으면 콩팥에 관한 권위자도 있다. 비록 명?란 말을 들을 정도가안된다해도 어떤 분야를 전공한 의사가 전공과는 별관계가 없는 환자의 진료를 위해 시간을 빼앗긴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손실일뿐더러 국가적으로도 낭비임에 틀림없다.
종합병원의 의사들이 하루50∼60명씩의 환자를 진료하는것 역시 본인은 물론 오진의 가능성 때문에 환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히 대학병원은 환자의 진료뿐 아니라 이나라 의학발전을 위해 큰 구실을 해야할 곳이다. 이런 대학병원이 환자러시로 시장바닥처럼 되는 현상은 이나라 의학발전을 위해서 하루속히 시정되어야한다.
그러려면 일반환자들이 마음놓고 찾을 수 있도록 가까운 의원들이 의사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시설을 개선해야한다. 동네병원이 나아지면 몇시간씩 기다려야하는 종합병원을 찾을 사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환자들의 종합병원 집중현상을 막는 방안은 보다 다각적으로 강구되어야한다.
보사부가 생각한다는 몇가지 방안은 단기적으로 상당한 효과는 볼 수 있을것으로 본다. 그러나 의료전달체제의확립과 함께 의료수요의 증가에 대비,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인을 보다많이 양성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이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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