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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산업정보로 돈버는 동독간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동·서독간의 첩보활동에서 국가기밀이나 군사기밀을 빼가던 공작이 주류를 이뤘던 일은 옛말처럼 되고있다.
최근 동독의 대서독첩보활동은 최신의 과학기술정보를 탐지하는 산업스파이쪽으로 집중,군사관계첩보활동과 거의 대등한 비중을 차지하게돼 서독의 정보기관들이 고심하고있다.
서독내무성의 추산에 따르면 동독공작원들이 서독의 산업정보를 훔쳐 얻는이득은 돈으로 환산할 경우 최소한 3억마르크 (한화 9백억원)이상이다.
동독정보기관은 서독으로부터 빼낸 과학기술정보를 국영기업들에 제공하고 이들이 이익을 올리면 매상액의 10%를 로열티(사용권료) 로 받아내는데 그총액이 3억마르크란 얘기다.
10%인 로열티만 3억마르크이니까 실제매상액은 30억마르크에 이를 것이고 서독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손해보는 셈이다.
동독정보기관이 이처럼 훔쳐온 정보로 장사를 하고있다는 사실은 79년 망명한 동독의 거물정보책임자에 의해 밝혀졌다.
서독내무성에 따르면 현재 서독에서 활약중인 동독스파이는 2천5백명 가량으로 서독에서 암약하는 공산권스파이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이중 산업스파이만 8백명쯤이라고한다.
서독의 산업정보를 빼내기위해 쓰는 첩보예산은 1년에 5백만마르크로 8백여명의 정보원 숫자에 비하면 대수롭지않은 액수다. 이돈으로 8백명에게 매달 공작금을 지급해봐야 l인당 8백마르크밖에 되지않는다. 「수입」3억마르크에 비추어보면 60배의 이익을남기는 두둑한 장사다.
동독의 정보활동을 관장하는 기관은 국가안전성인데 이 기관에서 일하는 정규직원은 2만명, 직접간접으로 관여하고있는 협조자들만도 6만∼8만명에 이른다.
동독의 산업첩보공작의 한예로 IBM에 근무하는「아르놀트」라는 기술자의 경우를 들수있다. 그는 지난10여년간 자신이 입수할수있는 모든 IBM기술자료들을 동독에 제공해왔는데 그때문에 『동독군의 정보자료처리능력이 서구수준과 비슷하게 현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서독내무성은 밝히고있다.
동독의 산업스파이 활동은「레이건」미행정부가 들어선뒤 대공산권전략물자수출규제위원회 (C0C0M) 의 감시가 강화되고나서 더욱 극성을 부리고있는 것으로보인다.
이때문에 동독은 스파이인해전술로 산업스파이활동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서독정보기관들은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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