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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지휘권 파동, 검찰 독립 전기 되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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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러나 이번 지휘는 부당하며,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첫째, 지휘권 발동이 특정 피의자에 대한 신병 구속 여부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수사 과정에서의 구속 여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사법부의 고유권한이며, 구속영장 청구는 검사가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전체적인 사건 처리기준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강 교수의 신병 문제도 검사의 판단에 따라 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에서 실질심사 과정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결국 법무부 장관은 사법부에서 판단할 문제에 관해 공연히 지휘권을 행사한 셈이다.

둘째, 무죄추정 법리와 불구속 수사 원칙의 준수도 검찰사무의 최고 책임자로서 평소 일반적으로 검사들을 지휘.감독할 사항이지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로 강조할 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강 교수를 불구속하는 것이 건국 이후 첫 번째로 지휘권을 발동할 정도로 중요하거나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셋째,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인정한 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구체적 사건 지휘권은 의회민주주의 관점에서 검찰권 행사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검찰 파쇼를 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정된 것이다. 검찰이 본래의 직무에 소홀하거나 부정한 목적을 위해 수사권을 남용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행사돼야 한다. 검찰이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것이 검찰권의 남용이나 잘못된 처사라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검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왔다는 비판과 함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런 방안으로 총장의 임기제를 도입했고,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이 모색되었다. 법무부 장관도 이런 차원에서 검찰 개혁을 다짐해 왔다. 그러나 지휘권 파동을 보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래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검사의 개별적인 사건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검찰총장만을 지휘하도록 함으로써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인정된 것이다. 지휘권을 인정하는 독일과 일본에서도 그동안 거의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검찰청법 제8조의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에 있었다.

검찰이 부정부패 척결과 법질서 확립이라는 소정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 지휘권을 점차 늘려나가 일반화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지는 국무위원으로서 모든 개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검찰 독립은 심히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를 우려하는 충정에서 검찰총장은 사표를 냈다고 한다. 검찰 독립을 위해서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은 삭제하고,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인 검찰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만을 철저하게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검찰총장을 직선제로 뽑는 방안을 검토하고, 검사들이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한 보직에서의 근무기간을 최소한 3년 이상으로 하며,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휘권 파동을 계기로 진정한 검찰 독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김주덕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