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한국축구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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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금 아드보카트가 이끌고 있는 대표팀은 내가 만들어 놓은 팀이다. 그가 날 헐뜯는 건 창피한 행동이다."

요하네스 본프레레(59)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데뷔전에 대해 악담을 퍼부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축구전문지 '풋발 인터내셔날'과 인터뷰에서 본프레레 전 감독은 "아드보카트는 '나는 제2의 히딩크가 되기 위해 한국팀을 맡은 것이지 제2의 본프레레가 되기 위해 감독직을 수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아드보카트의 이런 말은 히딩크는 능력이 있고 나는 별 볼 일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로 돌아온 이후 언론과 첫 인터뷰를 한 본프레레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이런 언급이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본프레레는 "내가 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e-메일을 받은 바로는 한국 팬들이 아드보카트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현재 이끌고 있는 대표팀은 이미 내가 젊은 유망주들로 재구성해 훈련했던 팀"이라고 주장했다. 본프레레는 "한국이 지난해 약체 몰디브와 졸전 끝에 0-0으로 비겨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내게 팀을 맡아 달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연락이 왔었다. 그때 선수 면면을 보니까 전부 2002년 월드컵 당시 선수들로 노장들이 많았고 몸은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져 있었다. 신인을 보강하는 등 즉각 팀 정비에 착수했고, 그 결과 공격축구로 전환해 독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본프레레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기술위원회는 항상 경기 2주 전에 선발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그들이 원치 않는 선수를 제외하는 등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계속 곤궁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독일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만나자고 해 갔더니 '감독, 이 공격수는 좋지 않아(Coach, this striker is not good)'라고 말하면서 특정 선수를 뺄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내가 탁자를 치면서 '빌어먹을(Go to hell)'이라고 소리쳤다"고 회고했다. 본프레레는 "우리는 독일에 3-1로 이겼고, 내가 선발한 공격수 4명 중 3명이 골을 넣었다. 한국 감독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협회에서 원치 않는 걸 감지해 자진 사퇴했다"며 "한국 축구는 감독들의 무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본프레레와 만난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돌아와 독일과의 경기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했다. 감독과 그런 대화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며 자신이 대표선수 선발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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