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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와 언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일 열린 사정협의회 전체회의는 선동행위나 유언비어유포등 사회안정 저해 사법에대해 집중단속을 펴기로했다.
특히 전두환대통령은 『최근사회일부에 기강이 다소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이 능동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할것을 당부했다.
사정당국의 기강확립의지와 전대통령의 공직자·지도층의 솔선수범 당부는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의식의 선진화를 정부의 일방적인 구호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각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대업의 수행에 있어서 국민의 정신적 화합이 전제돼야함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 사정당국이 화합저해요인을 과감히 제거하겠다고 나선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새삼스럽게 우려를 갖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것은 아직도 우리주변에 유언비어가 횡행하고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의 결속과 사회의 안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요인으로서의 유언비어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인식에서 이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사정당국의 결연한 자세에 우리는 공감한다.
대중매체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 있어서 정보에대한 욕구는 영양섭취와 호흡에 필요한 음식이나 공기와 마찬가지로 절실한 요소가 돼버렸다.
따라서 정보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경우 비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서라도 정보를 입수하려한다. 기대했던것보다 정보의 질이 미치지 못할때는 욕구의 충족을 위해 정보가 지닌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기도하고 그 뜻이 과장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런 현상이 심화·장기화되면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는 일반적인 신뢰를 상실하고 오히려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한 왜곡, 과장, 혹은 전혀 터무니없이 날조된 정보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언비어이다.
정상적인 정보루트, 언로에 대한 갈증과 불신은 곧 정부와 지도층에 대한 불신으로 파급되기 쉽다. 국민과 정부·언론 사이의 위화감이 깊어지고 확대된다면 이는 국민화합에 치명적인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이른바 「정치현안」이란 아리송한 단어로 김영삼씨 단식사건을 얼버무리고 있을때 언론과 국민들 사이가 얼마나 불편했던가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며칠전부터 KBS가 공개적으로 벌이고있는 「이산가족찾기」생방송에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과 정신적인 일체감을 체험하지 않았는가. 이 두경우를 비교해 보면 국민과 언론의 관계를 극명하게 표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것이다.
유언비어는 근절돼야만한다.
일방적인 단속으로만 될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유언비어가 발붙일 소지부터 없애는 일이다. 그러려면 언로가 거침없이 활기차게 소통돼야만한다.
국민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빠짐없이 세상에 알려져야하며 모든 사안의 옳고 그름에 대한 시시비비도 활발히 회구돼야한다. 만약 유언비어가 나온다면 그것자체도 공개적으로 거론하여 그진부를 밝히고 터무니없는 날조임을 설득력있게 해명한다면 유언비어는 우리 사회에서 발붙이지 못하고 소멸되고 말것이다.
북괴 김일성집단은 최근들어 내부적 갈등과 난관으로부터 주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해소시키기 위해 각종형태의 도발을 획책하고 있다고한다. 그가운데는 우리국민을 선동하고 유언비어로 현혹시켜 화합을 깨고 안정을 교란시키려는 방법도 예상되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국민각자의 분별력과 정부·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절실히 요망된다.
국민과 정부사이, 지도층의 상하사이, 국민과 언론사이의 언로가 활짝열려 숨김과 거침이 없을 때 비로소 국민화합이 가능하고 선동이나 유언비어 따위에 대한 우려도 필요없는 환경이 정착될 것이다. 국민·정부·언론이 다함께 노력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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