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원-입회서기가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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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관이 아닌 입회서기가 재판장을 대신해 판결주문을 낭독, 선고를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달 29일 상오10시45분쯤 수원지법 성남지원 1호 법정에서 열린 민사합의부(재판장 최규봉지원장, 백윤기· 문형식판사) 선고공판에서 법관대신 입회서기인 심재은씨(36)가 법정에 나타나 계류증인 10건의 사건을 선고했다.
법정에는 원·피고등 20여명이 개정 예정시간인 상오10시보다 2O분쯤 일찍나와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개정 예정시간보다 45분쯤 지나 흰 Y셔츠차림의 심서기가 나와 『지금부터 판결주문을 읽어나가겠다』며 20분동안 판결문을 읽고 난 뒤 판결주문을 보고싶은 사람은 민·형사과로 오라고 덧붙이고는 법정을 나갔다는것.
심씨는 『상오 10시40분쯤 지원장이 불러 지원장실로 가자 『몸이 불편하다』면서 판결문 작성이 이미 끝나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니 대신 법정에 나가 판결주문을 읽어달라는 말에 따라 그대로 했을 뿐』 이라고 말했다.
이재판부의 재판장 최지원장은 『판사회의를 주재하다보니 공판시간이 지나버려 공판기일을 연기하기보다 입회서기에게 판결주문을 대신 읽게 하는 쪽이 판결결과를 초조히 기다리는 소송당사자에게 친절한 조치 같아 그렇게 됐다』고 말하고 『회의가 끝난후 상오11시10분쯤 법정에 나가 정식으로 선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사소송법에는「판결은 선고로서 효력이 생긴다」 (민사소송법190조)고 규정하고 있고 선고에 대해서는 「판결원본에 의해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해야 한다」 (민소법191조)고 규정, 꼭 재판장이 선고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명문규정이 없어 법조계에서는 대리선고를 두고 『판결자체는 유효하다』는 측과 『재판자체가 성립 안된다』는 쪽으로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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