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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계에 마피아차관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실시된 이탈리아총선에서 가장 격렬한 쟁점으로 등장한 문제는 여당인 기독교민주당 (DC)과 마피아간의 『검은 관계』였다. 이탈리아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마피아소탕작전을전개해 왔지만 이번 선거전에서도 여전히DC당과마피아의 유착관계를 나타내는 새로운 사실들이 표면화됐던 것이다.
DC당이 이번 선거에서 예상외의 참패를 면치못하게 된것도 바로 마피아조직의 정치갱들이 정계에 깊이 관여하고있었던 탓으로 분석되고 있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의 마피아란 엄밀히 말해서 시칠리아섬출신자들을 중심으로한 범죄조직. 이가운데 나폴리에거점을 갖고있는 마피아는특히 「카모라」라고 불리며 다른 마피아조직이 농촌지역에 그 기반을 두고있는것과는 대조적으로 카모라는 도시형갱의 특색을 지니고있다.
이들은 도시의 상가·점포에 세금처럼 상납금을 책정하여 상인들을 착취하고 마약밀매·도박장경영등을 자금원으로 삼고 있다. 30명의 가족들이 결성한 카모라의 멤버는 83년상반기 현재 약 5천명으로 추산되며 이 조직의 두목은「라파엘·쿠도로」(43).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해 이조직의 주요간부로부터 밀고를 받아 약1천명의 용의자 리스트를 작성, 이가운데 6월까지 카모라멤버 또는 협력자등 9백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등이탈리아 범죄사상 최대규모의 소탕작업을 벌이고있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놀라움을 금치못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수보다도 주요 멤버나 협력자의 리스트에 올라있는 인물들의 신분 때문이다. 최근 마약불법소지혐의로 체포된 「엔조·토르도라」는 TV의 인기사회자이며 이밖에 유명가수·실업가·변호사·운동선수들도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었던것.
이는 바로 이탈리아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카모라의 저력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기도하다.
이보다 더욱 충격적인것은 이번 총선직전까지 「판파니」 수상의 내각에서 해운차관을 맡았던 「파도리알카」씨도 카모라의 총수 「쿠도로」의 측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고 DC당의 하원의원 「가바」 또한 카모라조직과 선이 닿아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DC당을 더윽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체포된 인물가운데 가톨릭성직자·수도승들이 포함되어 종교적 색채가 짙은 이정당의 얼굴에 먹칠을 했기때문.
공산당이 81년에 설립한 「붉은 여단」이라는 테러집단은 심지어 DC당의실력자 「치리오」씨 납치사건을 당기관지가 계속 취급해온것은 바로 마피아와 DC당의 유착관계를 드러낸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DC당이「쿠도로」에게 붉은여단과의 인질석방교섭을 의뢰했으며 「쿠도로」는 이에따라 15억달러를 지불하고 「치리오」씨를 석방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 DC당은 당시 이거금을「치리오」씨의 가족들이 지불했다고밝히면서 카모라 조직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찰조사결과 「치리오」 사건에서 「쿠도로」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나폴리정계의 CD당소속 거물 「줄리아노·그라나다」씨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마피아는 마약밀매등의 이권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보이지않는 혈투를 계속하여 지난3년간 3백명이상이 살해되는 암투를 벌이는 한편으로 앞서와 같은 정권의 배경을 등에업고 정부의 소탕작전에 대항하여 경찰에대한 테러행위도 서슴지 않고있다.
이들은 지난해9월 마피아소탕을 진두지휘하던 시칠리아섬의 파렐모시의 경찰총감 「다라키에자」장군부처를 살해했으며, 이보다 한달쯤전에는 같은지역의 경찰관 3명을 살해한적도 있다.
이탈리아국민들은 마피아의 오랜 횡포에 익숙해져있기는 하지만 정치를 하는 권력층에서조차 그들의 농간에 놀아나고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분개하여 그결과가 총선에까지 큰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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