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근로자들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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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정부는 1일부터 해외근로자 송출허가때 의무적으로 실시해오던 「표준 근로계약서 확인제」를 폐지, 근로계약을 자율화함으로써 해외취업 근로자들이 임금·여비·각종 수당·보험료등에서 엄청난 불이익 처분을 받게됐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석유 값 인하이후 중동산유국들의 건설수주 격감으로 해외건축경기가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지난 80년이후 해외진출 업체들이 봉국·인도등 제3국 저임금 근로자를 채용하는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 업체에 대한 행정제재를 대폭 완화, 업체 스스로가 우리 근로자를 쓰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관계자가 밝혔다.
우리나라 해외진출 업체들은 그동안 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작성한 「표준근로기준계약서」규정에 따라 계약기간·임금·근로시간·수당및 여비지급기준·재해보상등 근로조건을 체결해왔으며 노동부는 이 표준계약서의 규정에 위배될 경우 해외송출허가금지등의 행정제재로 근로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왔다.
그러나 이제도의 폐지로 해외진출업체들은 임금과 각종수당·여비지급등 근로조건을 취업희망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제시할 것이 뻔하고 일자리를 구해야할 근로자들은 그렇더라도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됐다.
일부업체들은 벌써부터 ▲「달러기준」으로 지급해오던 임금을 「원화기준」으로 바꾸고 ▲제3국 근로자의 임금보다 두배가까이 높은 우리근로자의 평균임금을 하향조정하는 한편 ▲업체가 부담해왔던 왕복여비(항공비)도 수익자부담의 원칙에따라 전액 또는 일부를 근로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등의 근로조건을 제시하고있다.

<임금실태>
중동에 파견된 우리 근로자들의 월평균 기본임금은 6백달러선, 우리와 인력진출 경쟁국인 필리핀은 5백25달러, 태국 4백70달러, 파키스탄 3백84달러, 인도 3백75달러, 스리랑카 3백40달러, 방글라데시 3백20달러의 순으로 우리근로자가 비교적 높은수준의 임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각 업체들은 근로계약 자율화방침에 따라 우리나라 해외근로자들의 임금을 필리핀수준으로 하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여비·복지후생>
해외진출업체들은 중동까지의 왕복여비 약2천달러를 표준근로계약서의 규정에 따라 전액 부담해왔으나 앞으로는 그 절반을 근로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현대·대자·한양등 국내20여개 해외진출업체 인력관리 책임자들은 최근 회의를 갖고 지금까지 업체가 사우디아라비아당국에 지불해왔던 사회보험부담액중 개인부담분 5%(1만5천∼3만원)를 근로자들이 직접 부담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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