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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라운지] 닝푸쿠이 신임 중국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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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자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다. 여기서 후퇴는 없다. 전진이 있을 뿐이다."

부임한 지 꼭 한달 만인 11일 한국 언론사로선 처음으로 본사와 만난 닝푸쿠이(寧賦魁.50.사진) 신임 주한 중국대사는 6자회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 근거로 미국과 북한이 모두 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2003년 12월부터 부임 전까지 중국의 한반도 담당대사로 활약하며 6자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다. 전임 리빈(李濱) 대사와는 외교부 동기생이다.

-북한과의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고교 졸업 후 외교분야 유학생으로 선발돼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어문학을 전공했다. 또 1977년 가을부터 82년까지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서기관으로, 91년 4월부터 95년 7월까지는 참사관으로 근무했다. 북한 생활이 12년을 넘는다."

-다음달 열리는 5차 6자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6자회담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또 각국의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한다. 4차 회담에선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앞으로는 각국의 행동 순서를 담은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조치와 이행 순서를 6개국이 토의해 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고 본다."

-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이 채택된 바로 다음날 북한은'선(先) 경수로 건설, 후(後) 핵프로그램 폐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된 일인가.

"6자회담 당사국들이 두 사안의 선후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한 것은 없다. 이는 계속 협의해야 할 사항이다. 중요한 것은 6자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란 점이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후퇴해선 안된다. 공동성명의 기초 위에서 전진하는 일만 남았다."

-북.미의 엇갈린 발언 등을 볼 때 앞으로 6자회담은 힘든 길로 가는 것 아닌가.

"한반도 문제에는 미.중, 남.북, 한.미, 북.일, 북.미 등 여러가지 양자 관계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핵심은 북.미 관계다. 과거 미국과 북한은 한 자리에 앉는 것조차 꺼렸다. 협의란 건 아예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서로 만나고 있다. 횟수와 시간에도 제한이 없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만나고 있다."

-미국이 달라진 건 알겠는데 북한도 달라졌다는 뜻인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달라지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북한도 지켜보고 있다. 물론 아직은 둘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은 매우 중요한 합의다."

-한국에 부임한 소감은.

"매일 아침 한국 신문을 보면서 엇갈린 느낌을 갖는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중국 관련 기사가 실리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 중국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아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일부 기사의 경우 사안의 양면성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한쪽 측면만 보도해 약간의 서운함도 느낀다. '중국산 김치에 납이 포함됐다''한국의 일자리 13만 개가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등의 기사가 그런 사례다. 중.한 교역에서 한국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점을 한국인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92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국 누적흑자는 1535억 달러에 달한다. '납김치'는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문제다. 중국에 있는 김치공장의 사장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중국에서 한국인 사장이 만든 김치를 한국에서 수입해 먹는 것이다. 납이 들어 있다면 관리상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배추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중국에선 '사람을 근본으로 한다(以人爲本)' 정신에 입각해 물건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은 사람을 근본으로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라는 세가지 원칙에 입각해 탈북자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탈북자 문제로 인해 한국 국민의 감정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폭탄주 한 두 잔 정도는 한다. 그러나 많이는 못마신다."

-전임 리 대사는 술을 통해 많은 한국 친구를 사귀었다. 술을 잘 못하면서 어떻게 한국 친구들을 사귈 생각인가.

"나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있다. 그러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 공개하면 친구를 못사귀게 되기 때문이다.(웃음) 참고로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중국에서 근무할 때 자전거에 성조기를 꽂은 채 베이징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중국인들은 이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닝은 매우 희귀한 성 같은데.

"그렇다. 원래 고향은 허베이(河北)성 칭허(淸河)다. 수호지에 나오는 무대와 무송이 살던 곳이다. 지금도 고향에는 무대와 반금련의 합장묘가 있다. 50년대 초 부친이 톈진(天津)으로 이사를 했다. 나는 줄곧 톈진에서 자랐다."

-특별한 건강 관리 비결은 있는가.

"없다. 사실 너무 바빠 특별한 운동을 할 겨를이 없었다. 중국에 있을 때는 외교부 청사까지 걸어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했다."

-북한에도 오래 있었으니 한국음식은 문제가 없겠다.

"그렇다. 한국음식을 다 잘 먹는다. 평양에 가면 단고기(보신탕) 식당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베이징에 온 손님을 우리가 '베이징 카오야(베이징 오리구이)' 레스토랑으로 초대하는 것과 같다. 평양에선 통일거리에 있는 단고기 집이 유명하다."

-부인도 한국어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전공이 같아 결혼한 건가.

"그렇다. 집사람이 베이징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게 인연이 됐다. 한국어는 내가 집사람보다 조금 낫다(웃음). 그러나 집사람은 일어와 영어도 잘 하는 편이다."

진세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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