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경기 중 포백 실험한 '간 큰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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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으로 앞선 채 후반을 시작하면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왼쪽 수비수 최진철을 빼고 미드필더 백지훈을 투입했다. 좌우 미드필더 김동진과 조원희가 내려오면서 스리백은 포백으로 바뀌었다. 포백은 2003년 코엘류 감독 시절 잠깐 시도한 이후 대표팀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중에 과감하게 '포백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수비 시스템으로 인해 동점을 허용하거나 역전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국 수비진은 경기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세트플레이를 제외하고는 위험한 상황을 거의 맞지 않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포백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표팀 수비도 포백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내내 서서 큰 몸짓과 휘파람으로 작전 지시를 했고, 우리 쪽에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기만 하던 본프레레 전 감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공격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박지성을 오른쪽 윙포워드로 기용한 것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박지성은 순간순간 프리미어리거다운 현란한 개인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다지 좋은 찬스를 엮어내지 못했다. 후반에 원래 포지션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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