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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골' 손흥민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것 같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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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레버쿠젠)의 골이 마침내 터졌다. 아시안컵 8강전에서 두 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환하게 웃었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손흥민의 2골로 연장 접전 끝에 2-0으로 승리했다. 대회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한국은 오는 26일 이란-이라크 승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2007년, 2011년에 이어 3회 연속 이 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조별리그에서 감기 몸살,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던 손흥민은 8강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경기 3일 전, 따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든 손흥민은 120분 풀타임을 뛰며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전후반 90분동안 골을 넣지 못했던 손흥민은 연장 전반 14분, 김진수(호펜하임)가 왼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몸을 날려 헤딩슛을 시도해 선제골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연장 후반 14분, 차두리(서울)가 상대 오른 측면을 전력 돌파해 허물어낸 뒤 페널티 박스로 내준 패스를 그대로 강한 왼발 슛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넣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골이 터지면서 상당히 기분좋다. 골을 넣었지만 두 골 모두 선수들이 내게 잘 맞춰줬다.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 됐다"면서 "4강에 누가 올라오든 상관없다. 우리가 할 것만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흥민과 일문일답.

- 기다렸던 골이 터졌는데 그동안 부담을 털어냈나.

"나는 부담감을 안 느꼈다.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한다. 또 최대한 경기장에 나가면 최대한 쏟아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담감은 솔직히 이야기 하면 골로 인해서 확 덜었다기 보다는 골이 터지면서 기분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결승골 넣고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있었는데 무슨 생각이었나.

"별 생각 없이 시간 끌려고 했다. 너무 힘들어서 누워있었다. 선수들도 힘드니까 그런 걸로 시간을 버텨서 선수들의 회복을 돕고자 했다."

-2골 모두 동료들의 지원이 좋았다.

"골을 넣었지만 2골 모두 선수들이 제게 잘 맞춰줬다. 저는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 된 것 같다. 첫 골의 경우 진수가 크로스를 기가 막히게 올려줬다. 혼자 있었지만 그것을 잘 맞춰줬다. 두 번째 골은 두리형이 말할 수 없이 깔끔하게 해주셨다. 내가 골을 넣을 수 있게 만들어줬다."

-본인의 플레이 중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일단 공격적인 부분에서 아직까지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역습상황에서 주춤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선수들이 공격진에서 많이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차두리가 어시스트해준 것을 골로 넣었는데.

"두리 삼촌이 계속 얘기를 했다. 연장전에는 톱으로 섰는데, 많이 뛰어다니지 말고 체력 아꼈다가 한 방을 노리라고 조언해줬다. 그러다보니 내가 또 동기부여를 받았다. 내가 정말 많이 기댈 수 있는 형이 두리형이고 삼촌이다. 내가 했던 약속이 두리형 은퇴하기 전에 꼭 좋은 선물 드리고 싶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에 조금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최선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연장까지 치르느라 체력소비가 컸는데, 4강 그 이후 미치는 영향?

"감기만 안 걸리면...(웃음) 농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빨리 회복하는 것 같다. 120분이라는 시간을 선수들이 100%를 쏟아냈다. 한 두명이 쓰러진 것 아니고 11명의 선수 모두가 쓰러졌었다. 하루를 더 쉴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잘 이용해야겠다."

-4강 상대가 누가 되기를 바라는가.

"누가 와도 상관없다. 그 팀에 맞춰서, 혹은 우리가 할 것을 잘 준비하겠다."

-처음으로 2골이 터졌다.

"어떻게 하다보면 1골이 터지고, 또 2골이 터질 수 있다. 주호형이 얘기했다. "오늘 1-0으로 이기려 했는데 너 때문에 망했다"고 했다. 웃고 넘겼다. "1-0 보다 2-0으로 이기는 게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우리도 항상 경기장안에서 많은 골을 넣으려 노력을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상대가 우즈베키스탄이어서 3~4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안될 때도 있고, 경기를 항상 잘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다."

-무득점에 대한 부담이 더 컸나. 몸 상태에 대한 부담이 더 컸나.

"무득점은 걱정 안했다. 언젠가는 깨질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감기기운이 심했다. 정말 쓰러지다시피 했다. 경기장 나가면서 걱정했던 부분은 몸상태가 100%가 아닐까봐 하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잘 버터준 것 같다."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겼던데.

"프로에 오면서 축구화에 태극기를 달기 시작했다. 나라 사랑의 의미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선수들이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기지만 나는 더 각별한 것 같다. 해외에서 어릴 때부터 가 있어서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남다른 것 같다."

멜버른=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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