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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예산의 동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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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도 예산규모를 금년수준으로 동결키로 한 예산당국의 결정은 건국이래 처음 보는 정책의지의 집약이다.
그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강력한 안정정책의 지속성을 뜻한다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자
정부주도에 의한 경제성장이 경제정책의 양간이 되어왔고, 그에 따라 재정투융자의 절대적 역할이 아무런 거부감을 동반하지 않은 채 수용되어온 종래의 패턴은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재정투융자의 급속한 증가는 예산의 팽창속성을 필연적으로 결과했으며 적자예산의 만성화현상을 초래했다.
물가상승율을 상회하는 예산팽창 속도나 적자누증은 다시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이른바 나선형(나선형)악순환을 거듭해왔던 것이다.
정부예산 자체가 안정의지를 미약하게 반영하면서 경제안정 기조를 구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가 경제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선정한 이상, 선행되어야할 정책수단은 긴축예산일 수 밖에 없으며, 이미 올해 예산부터 그 사실이 반영되어 왔다.
올해예산이 작년보다 약8%증가에 그친 것이 그 점을 말해준다.
물론 내년도 경제운용의 전제인 중요지표들, 즉 성장율 7·5%, 도하물가상승율 0%를 충족하기 위해 예산동결이 가능한가, 또는 방위비·지방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등 경직성항목을 고려 할 때 기타 부문의 세출증가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가 등 실행상의 어려움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걸었던 제로 베이스 예산편성지침을 활용하여 재정투융자를 조정한다면 난제는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정부 각 부처 예산요구액이 12조8천7백91억여원으로 금년예산보다 23·6%가 늘어 났다고하나 예년의 요구증가액이 50%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물가안정이 예산규모 축소에 미치는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은 도매 0%, 소비자 1∼2%선에 머무른다면 예산규모의 양적 팽창근거는 일단 없어지는 셈이다.
재정긴축이 경제안정으로 연결되어 실질구매력이 보강되면 예산집행의 능력도 훨씬 높아질 것이 아닌가.
이어서 경제안정이 우리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불러올 것이 기대 되기도 한다.
주요국이 재정긴축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일본은 84회계 년도의 예산규모를 1·4%의 증가로 눌렀고 대만이(83년7월∼84년6월) 4· 5%나 감축하기로 했으며 미국도 긴축을 강화하려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우리도 긴축재정을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경기침체에서 상승국면으로 접어드는 단계다.
이는 지난날 인플레이션에 힘입은 세수증대에서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증대로 그 내용이 바뀐다는 것을 말한다. 긴축재정, 균형재정의 예산편성이 재정흑자를 내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누적된 적자의 상환능력을 조성해준다.
정부가 적자를 감축시켜 나간다면 건전 재정의 기틀이 마련되고 건전 재정은 곧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보장하게 된다.
예산 팽창을 적극적으로 누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재정투융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민간부문의 몫이 커진다는 데로 논리가 귀결된다.
경제의 효율성, 자원배분의 합리성을 위해서도 민간부문의 참여폭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긴축재정은 재정투융자의 상당부분을 기업·가계부문으로 위임한다는 정책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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