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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낮은 계좌부터 예금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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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영업정지.파산 등 금융사고가 발생해 돈을 못 찾게 되었을 때 2개 이상 계좌에 원리금 보호 한도인 5천만원 이상을 예금한 사람은 계좌별로 원금부터 돌려받게 된다. 종전엔 원리금을 합해 금액이 많은 계좌부터 지급했기 때문에 예금자가 원리금 보호한도(5천만원)까지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 과거에는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예금을 먼저 돌려줬지만 현재는 담보가 설정된 예금을 먼저 돌려주게 된다. 예금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보다 예금자가 금융시장에서 맺은 사회적 약속(담보)부터 지키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그동안 이자율이 높은 예금을 먼저 보호하다 보니 원리금에서 세금 비중이 높아져 예금자에게 불리했던 점을 고쳐 앞으로는 이자율이 낮은 예금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예금보험공사는 14일 예금보험금 지급규정의 불합리한 조항을 최근 이같이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금융회사가 청산될 때 예금보험금(예금.이자.각종 지급금 등)의 지급 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2001년 7월 이후 처음 개정됐다. 예보는 바뀐 규정을 지난 3월 20일에 영업정지된 김천상호저축은행과 지난 5월 2일 영업정지된 울산 월평신협 및 대구 다사신협에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예보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상호저축은행.신협 등에 복수의 예금.적금 계좌를 개설했거나, 숨겨진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예금보호 우선순위가 크게 바뀜에 따라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대출 담보로 제공된 적립식 예금의 만기 이전에 해당 금융회사가 청산되면 대출금과 예금을 상계 처리하기 위해 종전엔 중도해지 이자율을 적용했지만 현재는 예금 가입 당시의 약정 이자율을 적용하게 된다.

또 만기 때 이자를 원금에 합치는 원가약정이 있는 예금을 만기 이후에 찾아가지 않았을 경우엔 가입 당시 약정이자율을 적용한다. 종전엔 낮은 이자율을 적용했다. 그만큼 예금자에게 유리해진 것이다.

한편 예보는 예금보호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예금자보호 안내문'을 이달 중에 은행.보험.증권.상호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창구에 비치하기로 했다. 예금주가 규정을 잘 몰라 손해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안내문에는 ▶실명예금만 보호받는다는 사실▶차명예금은 추징금을 먼저 공제한 뒤 보호받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만기 후에 타인 명의의 계좌에서 원리금을 이체받기로 명시적 약정을 한 경우는 차명예금으로 간주되어 예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예보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금융회사의 유혹에 넘어가 차명으로 2개 이상의 고금리.비과세.세금우대 상품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편법 예금으로 높은 금리와 예금보호를 동시에 받으려는 비뚤어진 행태를 바로잡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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