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연수익 167% 투자귀재 인종익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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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주식을 고르는 것보다 안 될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 투자의 첫걸음입니다."

3분기 중앙일보 펀드평가에서 최고의 수익률(36.27%)을 기록한 '유리스몰뷰티'를 운용하는 유리자산운용의 인종익(41.사진)팀장은 기업의 장점보다 단점을, 미래보다 과거를 먼저 본다. <10월 10일자 1, E6, E7면>

펀드 운용의 현장 사령탑 역할을 하는 그는 "2000년 벤처 거품 때 성장성만 좇다가 쓰라린 실패를 했다"며 "획기적인 개발로 한순간에 운명이 바뀌는 기업보다 과거에도 잘했고, 앞으로도 과거만큼 잘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덥석 물지 말고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찾고, 아무리 찾아도 없으면 그때부터 미래 가치를 따져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소형주 위주 펀드인 '유리스몰뷰티'는 연초 이후 125%, 최근 1년간 167%의 수익을 올려 증권가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펀드로 돈이 너무 몰리자 1인당 월 1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한번에 목돈을 넣는다고 해도 안 받는다. 자칫 펀드가 너무 커져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을 까먹을까 염려해서다. 대신 새로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후속 펀드인 '유리그로쓰앤인컴'을 최근 내놓았다.

시장을 놀라게 한 종목 고르기의 비결은 책상머리 분석이 아니라 '발'이다. 펀드 출시 전 4개월간 인 팀장은 하루에 2, 3개 기업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고, 지금도 일주일에 2~3일은 기업을 찾는다. 지금까지 전체 상장사의 3분의 1인 500여 개 기업을 방문했다. 직접 찾아가 보면 감췄던 속살이나 숨겨진 저력이 드러나기도 한다.

"기업을 찾아가면 대부분 주차권에 무료 도장을 찍어줍니다. 그런데 한 기업의 주식 담당자는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단골 다방에 가서 공짜 주차증을 얻어줬습니다. '이렇게까지 비용 관리를 하는 기업은 되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었죠."

발로 뛰면 보이는 게 이뿐이 아니다. 그는 임직원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열심히 사고 자긍심도 높은 회사에 일단 높은 점수를 준다. 회사 소유의 건물 주변에 신축 공사가 많은 기업은 자산이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의 나이와 가족 관계도 놓치지 않는 체크 포인트다. 그는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2세 상속을 앞두고는 펀드 매니저가 찾아오는 것을 꺼린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수년 내 상속할 만한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고의 성과를 낸다고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리스몰뷰티'는 소형주에 주로 투자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의 진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인 팀장은 "상장사를 165개의 세부 업종으로 분류한 뒤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낮춘다"며 "개인 직접 투자로는 불가능하지만 펀드 투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간접 투자만큼이나 인 팀장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주식 공부'다. 삼성전자에 다니다 2000년 7월 자산운용업계에 뛰어든 그도 늦게 시작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책에 매달렸다. 인 팀장이 꼽은 필독서는 '현명한 투자자'(저자 벤저민 그레이엄),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피터린치),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윌리엄 오닐), '밸류 인베스팅'(브루스 그린왈드), '완벽투자기법'(워런 버핏) 등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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