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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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말이 재미있다. 축구 교과서에라도 오를 말이다. 지난 16일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의 한국-브라질대전 때 한국팀의 활약을 관전한 AP통신 기자는 「스웜작전」이라고 명명했다. 「스웜」(swarm)이라면 떼거리, 벌떼들이 웅웅대는 것을 말한다. 「벌떼작전」이라는 뜻이다.
이를테면 상대팀의 볼을 번개처럼 가로채 순식간에 공격진을 형성, 선수들이 떼를 지어 썰물처럼 밀고나가는 전법이다.
그런 장면은 상상만 해도 후련하다. 볼을 바퀴처럼 달고 다니는 브라질선수들도 한국의「벌떼들」앞에선 주춤주춤 했었다. 개인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축구는 흔히 3B의 경기라고 말한다. 브레인(두뇌), 볼 컨트를(기술), 보디 컨디션(신체조건) 의 두문자를 딴 말이다. 3B 종에서도 브레인을 제일 먼저 꼽은 것은 한국축구의 장래를 밝게 하는 청신호다.
브레인은 곧 전술을 의미한다. 바로 그 두뇌싸움이라면 우리도 한번 해볼만 하다. 「기술의 축구」에 당당히 도전할 수 었었던 것도 우리의 「브레인」때문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의 축구는 수비위주였다. 따라서 볼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볼에 의해 움직여지는 경기가 진행되었다. 그만큼 스케일이 작은 경기였다.
그것은 19세기 유럽의 「킥 앤드 러시」(차고 달리는)전법이나 「롱패스」전법의 변형에 불과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그런 축구에서 진일보, 악착같이 상대방을 뒤쫓아가 볼을 빼앗아내는 경기로 바뀌었다. 그만큼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게임이 된 것이다. 운동장을 그야말로 질풍노도(질풍노도)의 광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선수들은 그럴수록 더 많은 용기와 더 풍부한 창조성, 그리고 더 피, 땀나는 연습이 필요하게 되었다.
축구는 특히 「남자의 스포츠」다. 파이팅 스피리트에서도 그렇고, 혹독한 연습과정을 보아도 그렇다. 더구나 축구만큼 「팀워크」가 요구되는 경기도 없다.
「팀워크」란 개인전술, 그룹전술, 팀전술의 총화를 의미한다. 선수 하나하나의 판단력과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볼을 가진 선수를 고립시키지 않는다거나, 정확한 패스를 가능하게 하는 그룹의 전술, 팀전체가 하나의 구조물처럼 움직이는 전술이 하머니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축구교과서를 보면 마치 기하학교과서라도 보는 것 같다. 교과서의 대부분은 그런 도식으로 꽉 차였다. 축구가 얼마나 발전의 여지가 많은 스포츠인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가 한국 축구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벌떼작전」에 만족치말고 「호랑이작전」,「번개작전」이라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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