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포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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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제 「안드로포프」는 명실공히 소련의 제1인자가 되었다. 소련연방 최고회의 간부회의의장에 선출된 것이다.
이 자리는 국회의장격이나 대외 의전에선 소련을 대표하기 때문에 명목상의 국가원수직이다. 이로써 「안드로포프」는 「브레즈네프」가 가졌던 직책을 모두 거머쥔 셈이다. 그것도불과 7개월만에….
「브레즈네프」조차 삼두체제의 일원이었던 「포드고르니」를 내쫓고 이 자리를 차지하는데는 13년이 걸렸다. 크렘린의 권력장악 역사에서 새로운 신화가 탄생했다고나 할까. 「유리·안드로포프」란 인물은 서방의 관측통들마저 아직도 암중모삭중이다. 그만큼 그의 개인걱 성품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지난 2월 모스크바를 방문, 「안드로포프」를 만난 「셰송」프랑스외상은 그가 『냉정하고 꼼꼼하고 사무적이며 수학적 논리를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재즈음악·러시아문학·미국잡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그는 크렘린 지도자 가운데서도 꽤 「교양」을 갖춘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배경에는 떼어버릴 수 없는 두가지 「잔인하고 음흉한」전력이 있다. 1956년헝가리주재 대사로 있으면서 민중봉기를 소련군 탱크로 짓밟은 것. 또 하나가 바로 15년동안 KGB의장을 지낸 것. KGB는 소련내 인권주의자들의 탄압에서부터 교황저격의 배후에까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작년 11월 그의 공산당 서기장취임에 논평을 요구받은 소련의 한 지식인은 『나는 「안드로포프」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다. 제발 그도 내 생각을 말기 바란다』고 했다. 「안드로포프」의 전권장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아직 흘러 나오는 얘기는 없다. 그러나「체르넨코」와의 권력투쟁이 예상될 것이라던 서방 언론의 추측은 일단 빗나갔다. 오히려 「체르넨코」는 최고회의에서 「안드로포프」를 추천하면서 그가 『품격과 지혜, 경험을 지닌 인물』이며 『당과 인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아첨을 떨었다.
소식통들은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가 타협했다고 한다. 「체르넨코」는 과거「수슬로프」가 차지했던 당 이론가의 역할, 즉 당 제2의 실력자로 만족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수슬로프」는 청교도적인 생활로 공산당정치국의 대부격인 인물. 「브레즈네프」도 외경을 느끼던 킹 메이커였다. 과연 「체르넨코」가 그 역할을 해낼지는 아직 의문이다.
권력기반을 굳힌 「안드로포프」의 외교정책은 어떤 컬러일까. 작년말 미소무역회담에서 소련외무차관「코루미엔코」는 『우리는 미국에 빚은 없다. 경제제재의 해제와 교환으로 소련사회를 변경시킬 생각은 없다』고 소리쳤다. 「안드로포프」스타일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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