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재정안정화기여금 대신 공무원연금에 세금 부과 방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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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누리당이 퇴직자들이 받는 공무원연금에 재정안정화기여금 대신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0일 핵심 당직자가 말했다. 이 당직자는 “재정안정화기여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연금을 깎는 것보다 위헌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적고, 개혁의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복안(腹案)”이라며 “내부 논의를 거쳐 곧 구체적인 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이 마련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따르면 구멍 난 연금 재정을 메우기 위해 퇴직 공무원들에게 2~4%의 재정안정화기여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규·재직 공무원뿐 아니라 은퇴한 공무원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 같은 안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이미 권리가 확정된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까지 사실상 삭감하는 건 재산권 침해이자 소급 개혁이라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에 속한 새누리당 위원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기여금 대신 세금 형태로 부과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참석자들은 “재정안정화기여금도 그 자체로 조세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아예 세금이나 부담금(준조세) 형식으로 명확한 항목을 만들어 부과하면 위헌 소지가 없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전했다. 회의에선 위헌 소송에 휘말릴 경우 자칫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의 경우 위헌 논란은 피할 수 있지만 자칫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참석자는 “위헌 소지를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된 건데 공무원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만든다는 식으로 알려지면 개혁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도 재정안정화기여금이 합헌 판결을 받은 만큼 기존 안대로 둬도 위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참석자는 “아무리 위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만일에 대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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